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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유리천장 아래 서있지만 이번엔 무너지지 않을것”

입력 | 2016-06-09 03:00:00

‘첫 여성 대선후보’ 연설




7일(현지 시간) 오후 10시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유세장.

주인공이 예정된 시간이 돼도 나타나지 않자 2000여 명의 지지자는 성조기를 흔들며 “USA”를 연호했다. 5분 후 주인공 대신 흑인 여가수 매디슨 맥퍼린이 단상에 올라와 무반주로 미국 국가를 불렀다. 유세장에서 종종 듣는 국가였지만 일부 지지자들, 특히 중년 여성들은 눈물을 흘렸다.

“자유의 땅, 그리고 용감한 이들의 고향….” 마지막 가사가 끝나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이 등장했다. 평소 즐겨 입는 원색 대신 흰색 정장을 입은 클린턴은 8년 전 이날이 생각나는 듯 웃음과 울음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이었다.

2008년 6월 7일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과 치른 경선에서 패배를 인정했다.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백악관에 여성을 보내게 될 것”이라며 절치부심했던 그는 이날 “우리 모두가 지금 유리천장 아래 서 있지만 걱정하지 말라. 우리는 이번엔 무너지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미 역사상 최초로 여성이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됐다”며 경선 승리를 선언했다. 지난해 4월 시작한 대장정이 끝난 게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당신들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이정표에 도달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클린턴은 이날 6곳에서 열린 경선에서 캘리포니아 뉴저지 뉴멕시코 사우스다코타 주 등 4곳에서 승리하며 적어도 2755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 넘버(2383명)를 훌쩍 넘겼다.

클린턴은 이내 흥분을 가라앉히고 “오늘의 승리는 누구 한 사람의 승리가 아니라 세대에 걸쳐 투쟁하고 희생하고 이 순간을 가능하게 만든 여성과 남성들의 승리다. 오늘밤은 바로 여러분의 승리”라고 했다. 그러고는 눈빛을 바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를 정조준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맡을 자질이 없는 사람”이라며 “트럼프는 단순히 멕시코 국경뿐만 아니라 미국인들 사이에 벽을 세우려고 한다. 트럼프는 우리가 대변하는 모든 것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장애를 지닌 (뉴욕타임스) 기자를 조롱하고 여성을 돼지라고 불렀다” “경선 상대 후보들과 그 가족들까지 비난하고 이민자들을 조롱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미국을 다시 뒤로 돌리자’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은 “정치혁명을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14일 워싱턴 경선(민주당의 마지막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며 7월 전당대회까지 가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클린턴에게 축하전화를 걸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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