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선 시동거는 주자들]<2>문재인 더민주당 前대표
“무섭지요. 여기(경남 양산)가 너무 좋아서 여기에만 있고 싶어질까 봐 무섭습니다.”
최근 경남 양산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자택을 찾은 한 인사가 “(집이 외진 데 있어) 무섭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문 전 대표가 웃으면서 한 답변이다. “내년 대선을 위해 활동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인사는 “문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오히려 표정이 밝아졌다”며 “그러면서도 (대선에 대한) 결의와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4·13총선 이후에도 전국을 누비고 있다. 전남, 경북, 충청을 연이어 방문한 데 이어 8일에는 경남 창원을 찾았고 9일에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찾는다. 동남권 신공항을 놓고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논란의 진원지를 찾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은 현장 행보를 통해 바닥 민심을 폭넓게 듣고, 이를 토대로 대선 출마의 핵심 메시지를 찾을 계획이다. 단순히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출마하는 게 아니라,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답을 찾겠다는 것이다. 김경수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표는 양산에서 머물며 (2012년) 대선과 총선 과정 등에서 연을 맺게 된 분들을 두루 만나고, 여러 지역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현 시대의 문제와 화두는 무엇인지에 대한 구상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 주 네팔을 찾는 것도 이런 구상의 연장선상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의 제1덕목으로 ‘시대적 통찰력’을 꼽는다”며 “네팔에서 성찰과 묵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선 계획 등) 구상을 가다듬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네팔의 지진 피해 지역을 찾아 자원봉사도 할 예정이라 당초 2주 정도로 계획했던 체류 일정이 한 달 정도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하반기에는 ‘타이밍’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재선 의원은 “문 전 대표가 너무 빨리 움직일 경우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고, 너무 늦으면 다른 주자들이 기선을 잡을 수도 있다”며 “문 전 대표 측의 고민은 ‘언제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의 뜻을 밝혔고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등도 출마 선언을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문 전 대표 측은 내년 3월경 후보 경선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연말부터 캠프 구성에 착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본선 회의론’도 문 전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이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중심으로 “지금의 지지율 1위가 대선 승리를 장담하는 것은 아니다”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표 측이 “이번 총선의 숙제”라고 표현하는 호남의 부정적인 여론을 어떻게 뛰어넘느냐도 과제다. 같은 친노(친노무현) 진영 안 지사의 등판론이 힘을 받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최재성 당시 총무본부장 등이 인재 영입에 관여했지만 김병기, 조응천, 표창원 의원은 문 전 대표가 직접 영입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국가정보원(김 의원), 검찰(조 의원), 경찰(표 의원) 등 핵심 사정기관 출신들이다.
문 대표는 자문 그룹과의 국정 수업도 계속하고 있다. 한 친노 인사는 “교수 등 전문가 그룹과 경제·외교·안보 이슈에 대한 토론은 계속 이어가고 있다”며 “다만 전당대회 전후로 예정됐던 해외 방문은 연말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