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에 샌들, 청바지에 청재킷, 슈트에 스니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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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최악으로 치부됐으나 이젠 트렌드가 된 샌들과 양말의 조합 패션.
답변: 헤어지세요.
몇 년 전 인터넷에 올라온 고민 상담 중의 하나다. ‘양말에 샌들.’ 남녀를 불문하고 최악의 패션으로 불렸던 조합이다. 1980, 90년대 일부 남성들이 이 스타일로 산이나 바닷가를 거닐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어느새 패션의 ‘금기’가 됐다. 샌들에 양말을 신으면 ‘패션 테러리스트’라고 불리기도 했다.
청바지에 청재킷으로 코디한 ‘청청’ 패션.
최근 이런 ‘패션 금기’들이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비난을 받았던 샌들에 양말 조합은 몇 년 전부터 패션쇼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연예인들도 당당하게 양말에 샌들을 신고 나타났다. 인터넷 패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샌들에 어떤 양말을 신으면 좋을지 문의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한 양말 판매전문점 관계자는 “여름에는 신발을 신을 때 보이지 않는 덧신 양말이 인기가 좋았는데 올해는 발목 긴 양말들이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기에서 유행이 된 정장-스니커즈의 조합(사진 위)과 커팅 진.
이전에 금기였던 조합과 패션이 어떻게 이런 대접을 받는 존재가 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소비 형태를 바꾼 전 세계적인 불황과 1980, 90년대 복고의 유행, 그리고 취향을 더 우선시하는 문화를 꼽았다. 패션 컨설턴트 남훈 대표는 “불황이 계속되다 보니 사람들이 새로운 옷을 사기보다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아이템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며 “양말과 샌들도 새로 사야 하는 것이 아닌 기존에 있던 것을 조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드레스셔츠를 대신한 티셔츠와 슈트의 조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