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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야모야병’을 앓던 10대 소녀를 중태에 빠트린 피의자 A 씨(30)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하자 ‘취중 범죄 감형’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모야모야병’ 여대생 사건 피의자 A 씨는 경찰조사에서 처음에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하다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여주자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자백했다.
앞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도 피해 여교사가 현명하게 대처해 DNA를 확보했음에도 피의자 중 1명은 “술에 취해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식의 진술을 반복했다.
그러나 2008년 전 국민을 경악케 만든 ‘조두순 사건’ 이후 “취중 범죄자에 대한 형을 감경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성폭행은 심신미약에 따른 감경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됐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과거 오랫동안 형사실무에서 피고인(및 그의 변호인)은 ‘만취 상태’에서 성욕이 생겨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변명하면, 형이 감경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다행히 근래 ‘양형기준’이 바뀌어 범행의 고의 또는 범행 수행을 예견하거나 범행 후 면책사유로 삼기 위하여 자의로 만취상태에 빠진 경우에는 ‘만취상태를 일반가중인자’로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행규정이 아닌 탓에 여전히 일관성이 부족하는 지적이 많다.
한 누리꾼(crun****)은 ‘모야모야병 여대생 사건’ 관련 기사에 “괜찮아요 대한민국은 살기 좋은 나라라서 ‘술 먹고 기억이 안 난다’, ‘피해자가 모야모야병을 갖고 있었는지 몰랐다’, ‘고의성이 없었다’라고 주장하면 결국 형량 감소되면서 2~3년형 살다가 나오겠죠?”라면서 “대한민국은 참 살기 좋은 나라”라고 꼬집었다.
앞서 B 양은 지난 5일 오후 흉기로 돈을 빼앗으려고 위협하는 강도에게서 벗어나 도망치던 중 모야모야병으로 인한 뇌졸중이 발생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