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김태룡 전무. 두산 제공
두산 베어스 김태룡 전무. 두산 제공
프로야구 두산 김태룡 단장(57)은 8일 잠실구장 사무실에서 운전기사 면접을 했다. 기사 딸린 차량 제공은 최근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뒤 달라진 변화 가운데 하나다.
야구 선수 출신으로 구단 프런트 밑바닥에서 출발해 전무까지 오른 경우는 김 단장이 처음이다. 1960년대 강타자였던 김응룡 전 프로야구 삼성 사장은 프런트 직원 경력은 없다. 이번 승진 인사의 배경은 김 단장의 풍부한 현장 경험, 선수단과의 소통, 미래를 대비하는 능력 등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단장은 “선수로는 실패한 인생이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이 자리까지 오게 돼 큰 영광이다. 후배 야구인들에게 희망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구단주인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지 않았다. “야구 기술자를 인정해 주신 것 같아 감사드린다. 지방 출장이 잦다며 타고 다닐 차종까지 직접 결정해주실 만큼 깊은 관심을 보였다.”
1991년부터 OB에서 7년 동안 주무로 일하며 선수 관리, 홍보, 숙소 예약, 카운슬러 등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야구장을 지키느라 1년에 200일 이상 집을 비웠던 그는 2011년 단장에 선임됐다. 주무, 운영팀장, 단장으로 두산의 3차례 우승을 지켜본 김 단장은 독학으로 익힌 일본어가 수준급이다. 일본의 선진 야구를 배우고 일본 야구와의 네트워크를 키울 목적이었다. “부산에서는 일본 야구 라디오 중계를 들을 수 있었다. 야구를 관두고 나서 야구를 더 공부했다.”
김 단장은 “프런트와 선수단은 승리를 향해 한 배를 탄 존재다. 발전을 위한 조언은 할 수 있어도 입김이나 지시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올 시즌 두산은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김 단장은 “2013년 준우승 이후 세대교체에 힘을 쏟고 선수층을 두껍게 키운 덕분이다. 김태형 감독이 너무 잘하고 있다. 주전 빼고 경기 치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적절한 휴식으로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백업 멤버들도 다들 잘 한다”고 칭찬했다. 부상에 따른 아픈 기억이 있기에 선수들의 치료나 재활 등은 김 단장이 유별나게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다.
틈만 나면 2군 훈련장을 찾는 김 단장은 “어린 선수들이 나를 아버지라고 부를 때도 있다. 선수들에게 자상하고 편하게 대해주려 한다. 두산을 최고의 명문구단, 강팀으로 만드는 데만 모든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