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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 학대하고 부모에 돋 뜯어낸 부부 검찰 적발

입력 | 2016-06-09 20:10:00


조현병(調絃病·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30대 청년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1년 간 학대하고 그의 부모까지 협박해 거액을 뜯어낸 부부가 법정에 섰다.

최근 서울 강남역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 등 조현병 환자의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이들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지검은 인질강도와 상해 등의 혐의로 A 씨(36)를 구속 기소하고 그의 부인(29)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대부업자인 A 씨는 지난해 3월 대출 전단지를 보고 찾아온 B 씨(30)에게 “숙식을 해결해 주고 대부업 일도 가르쳐 주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하지만 A 씨 부부는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B 씨를 수시로 폭행했다. 컴퓨터 게임에서 져 화가 난다는 이유로 폭행하기도 했다. 부인 역시 아이를 잘 돌보지 않는다고 폭행에 가담했다.

A 씨 부부는 B 씨 가족까지 괴롭혔다. A 씨는 B 씨 어머니에게 전화해 “당신 아들이 내 부인을 성폭행했으니 합의금을 내라”며 1700만 원을 요구했다. 거짓 주장이었고 아무 증거도 없었지만 B 씨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B 씨 가족들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돈을 줬다.

가족들이 속아 넘어가자 이 부부는 B 씨 가족을 더 괴롭히기 시작했다. A 씨는 B 씨 명의로 구입한 승용차 할부금 때문에 압류가 들어왔다며 그의 부모로부터 1400만 원을 받아냈다. 또 자신이 처벌받은 공무집행방해죄의 판결문을 B 씨 가족에게 보내 “(B 씨가) 경찰에서 진술을 잘못해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명령을 받았으니 손해를 배상하라”며 요구해 2000만 원을 챙겼다.

올 초에는 B 씨 때문에 아이가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가게 됐다면서 1000만 원을 요구했다. 부부는 ‘아기 젖병을 제대로 씻지 않아 피부병에 걸렸다’, ‘아기를 떨어뜨려 다치게 했다’, ‘부인의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 ‘아이들에게 상한 음식을 먹였다’는 등의 여러 거짓말로 돈을 요구했다. B 씨 아버지에게는 “10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아들을 중국으로 팔아넘기겠다. 친권포기 각서를 작성하라”고 윽박질렀다. 돈을 건넨 B 씨 아버지는 친권포기 각서를 쓴 뒤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자살까지 기도했다. 이들은 B 씨의 형에게도 접근해 위조한 임대차계약서를 보이며 400만 원을 받아냈다.

A 씨 부부는 이런 수법으로 B 씨 가족으로부터 총 8차례에 걸쳐 7000만 원 상당을 챙겼다.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던 B 씨 부모는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고리의 사채까지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 씨 부부는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