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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세균 의장과 박 대통령, ‘協治국회’ 위해 한발씩 물러서길

입력 | 2016-06-10 00:00:00


국회가 어제 첫 본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세균 의원을 의장으로, 새누리당 심재철,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을 각각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야당 출신 의장은 2002년 16대 국회 후반기의 한나라당 소속 박관용 의장에 이어 14년 만이다. 정 의장은 당선 인사에서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핵심적 대의기구로서 국회의 위상과 역할을 확립하고 3권 분립의 헌법정신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겨냥한 듯한 발언이다.

그는 당내 경선 통과 뒤에도 “많은 의원들이 나에 대해 온건하다는 평가를 하지만 국회는 온건함만으론 충분치 않으며 때론 강경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이 말한 ‘강경함’이 단지 정부에 각을 세우겠다는 의미가 아니기를 바란다. ‘국정의 책임도 함께 지는 협치(協治)의 모델’을 정립하겠다는 당선 인사의 다짐을 지키는 것이 총선 민의에 화답하는 길이다. 16대 국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무시 발언을 계속하고, 여소야대 국회는 대통령 탄핵소추를 강행해야 했던 헌정사의 아픈 교훈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정 의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과 당 대표를 지내 범친노(친노무현)로 분류된다. 이번 경선에서도 주류인 친노 도움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면 당적 자동 이탈로 무소속이 된다.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여야를 떠나 엄정 중립을 지키라는 취지를 새겨야 한다.

‘동물국회’라는 18대에 이어 역대 최악 19대 ‘식물국회’를 거치면서 국회에 대한 기대는 더이상 추락할 데도 없다.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의 위상도 덩달아 땅에 떨어졌다. 정 의장이 친노에 휘둘려 ‘친노 의장’ 낙인이나 찍혀서는 국회도 나라도 희망이 없다. 사실상 당 오너인 문재인 전 대표도 이제 정 의장을 ‘우리 사람’이라고 붙들지 말아야 한다. 정 의장 스스로 중심을 잡고 ‘일하는 국회’로 이끌어야 한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시절 의장을 지낸 고(故) 이만섭 전 의장은 두 대통령의 ‘직권상정(날치기)’ 요구에 맞서 국회와 의장의 위상을 높였다.

20대 국회를 협치의 장(場)으로 만드는 데는 박근혜 대통령의 변화도 절실하다. 정 의장은 어제 “대통령께서, 행정부가 국회를 파트너로 생각해 주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13일 국회에서 개원 연설을 한다. ‘국회 심판론’, ‘야당 심판론’을 제기하다 못해 ‘국민 심판’까지 외쳤던 대통령부터 낮은 자세로 국회와 야당에 협조를 구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그것이 여소야대 국회를 만든 국민의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