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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자금 10조’ 지원 이어 금리인하… 경제살리기 팔걷은 韓銀

입력 | 2016-06-10 03:00:00

[기준금리 사상 최저]0.25%P 인하 ‘깜짝 처방’




1년 만에 전격 인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로 전격 인하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화끈하게 움직였다. 경기 회복을 위한 ‘폴리시 믹스(정책 조합)’ 가운데 통화정책이 먼저 단행됨에 따라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한은이 9일 ‘깜짝’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경기에 미칠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구조조정 ‘실탄’ 마련을 위해 10조 원을 지원하기로 한 데 이어 금리인하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정부의 경기 부양 요구에 박자를 맞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 “구조조정에 선제 대응”

금융권 안팎에서는 한은이 빨라야 7월 정도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최근 금융투자협회의 설문에서도 채권시장 전문가 79.4%는 이달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하지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이런 예상을 깨고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그만큼 우려스러운 대내외 경제 상황에 먼저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국내 경제는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내수마저 위축돼 불황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해운 등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이 적잖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구조조정 여파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기업들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상승세를 멈췄다. 정부가 8일 발표한 구조조정 방안에 따르면 ‘조선 빅3사’는 2018년까지 고용 규모를 30%, 설비 규모를 20% 줄이는 자구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량 실업 등에 따른 경기 위축이 불가피하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실물경제와 경제 주체의 심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선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총재는 ‘언제 금리 인하를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지난 주말”이라고 답했다. 미국이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도는 고용지표를 발표했을 때다. 그동안 한국이 금리를 내리고 미국이 올릴 경우 양국의 금리 격차가 줄어 국내에서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고용 쇼크’로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은 통화정책도 운신의 폭이 커진 것이다.

○ “가계부채 대응 필요”

이날 금리 인하는 4월 선임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성향의 신임 위원들뿐 아니라 한은 집행부인 이 총재와 장병화 부총재 등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계속돼 온 경기 부양 압박에도 지난 1년간 동결 행보를 이어가던 이 총재가 유화적인 태도로 적극 돌아선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민간 경제단체들은 이날 한은의 결정에 일제히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은행권의 대출 규제 강화에도 집단 대출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고 은행 대신 제2금융권의 부채가 늘어나는 ‘풍선 효과’도 심해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취약계층 등의 위험 대출이 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로 이자 수입이 줄면서 오히려 가계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며 “퇴출돼야 할 한계기업이 저금리로 연명하는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 저금리 상황에서 금리가 인하된다고 소비,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 구조조정 등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경기 부양의 시그널을 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박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