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마친뒤 20분새 한명씩 관사 가는 차량 3대 CCTV 찍혀 경찰, 10일 특수강간 혐의 檢송치
학부모가 아니라 짐승이었다. 존경해야 할 선생님을 자신들의 욕정을 푸는 상대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일부 학부모와 주민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 따로 없었다.
전남 목포경찰서는 9일 전남 한 섬의 학교 관사에서 여교사를 성폭행한 학부모 박모 씨(49)와 김모 씨(38), 주민 이모 씨(34)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치상) 혐의로 10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명 이상이 함께 성범죄를 저질러 특수강간치상을 적용했다.
경찰이 계획된 범죄로 판단한 결정적 근거는 폐쇄회로(CC)TV 화면이다. 이들은 범행 전과 후에 연거푸 CCTV 화면에 잡혔다. 지난달 21일 오후 11시 전남의 한 섬 선창가 식당 앞. 2차 술자리에서 여교사가 취해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토하자 3명의 눈빛이 달라졌다. 박 씨가 여교사를 2km 떨어진 초등학교 관사까지 데려다 준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여교사를 부축해 승용차에 태우고 관사로 향했다. 이어 이 씨와 김 씨도 뒤를 따랐다. 박 씨가 관사에 도착하고 1분 뒤 이 씨, 20분 뒤 김 씨도 차례로 도착했다. 이 장면이 관사 1km 밖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그대로 찍혔다.
경찰은 이들 3명이 식당에서 잇따라 관사로 향한 것은 성범죄 의도를 품고 간 것으로 판단했다. 박 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을 한 적이 없다”, “우발적 범행이다”, “범행 전후에 만난 적이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경찰은 하지만 CCTV 영상과 휴대전화 통화 당시 위치 자료를 확보해 이들의 거짓말을 밝혀냈다. 또 피해 여교사로부터 “술자리에서 피의자들이 몰래 뭔가 이야기를 나눴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 씨는 최근 “여교사가 술에 취해 식당 화장실에서 토할 때부터 성폭행을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박 씨 등 3명을 10일 검찰에 송치할 때 얼굴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