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기계라 불리던 김현수, ML 초반 새 환경에 당황 부진했듯 국내 외국인 선수도 적응시간 필요… “몸값 못한다” 성급한 비난 말고 이해하고 기다리면 백조 될 수 있어
올 시즌 ‘히요미(히메네스+귀요미)’로 불리며 최고 인기 스타로 떠오른 히메네스(LG)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변화구에 속절없이 방망이를 돌려대 LG 팬들의 원성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해 히메네스는 볼넷 1개당 삼진을 4번이나 당했다. 하지만 올 시즌 히메네스는 볼넷 1개당 삼진을 1.47개로 줄였고 홈런왕까지 다투고 있다. ‘진화’의 비결을 묻자 히메네스 역시 ‘자신감’을 꼽았다. “말을 빨리 배워 선수단에 융화된 게 도움이 됐다”는 그는 지난해 시즌 중반에 합류하고도 동료들이 실수를 하면 유창한 한국어 발음으로 “놔둬라, 마음대로 해라”라고 말해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임보미 기자
롯데의 효자 외인 3인방인 린드블럼, 레일리, 아두치도 성공적인 정착 비결에 대해 “한국 구단은 이미 다른 리그에서 보여준 실력을 근거로 외국인 선수를 뽑는다. 자신감을 갖고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답했다. 이들 역시 한국 정착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건 ‘실력 차’가 아니라 ‘야구는 팀 스포츠라는 기본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라고 강조했다. 한 베테랑의 표현을 빌리자면 “홈런을 치고 들어와도 동료들이 하이파이브 한 번 안 해주면 슬럼프에 빠지는 게 야구”이기 때문이다.
린드블럼은 후배 박진형이 첫 승 선물로 ‘차를 사 달라’고 하자 최고급 장난감 자동차를 야구장에 들고 왔다. 니퍼트(두산)는 맞은편에서 한국인 통역이 빵을 먹을 때 깍두기를 먹는다. 해커는 “동료들과 어떻게 하면 잘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하니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NC는 올 시즌부터 한국에 오래 거주한 미국인 코디네이터가 외국인 선수들의 한국 적응을 돕고 있다.
많은 연봉을 주고 영입한 외국인 선수에게 큰 기대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은 30홈런-100타점, 혹은 10승의 능력치를 가진 게임 캐릭터가 아니다. 이들도 라커룸에서, 더그아웃에서 함께 울고 웃는 한 명의 팀원일 뿐이다. 볼티모어 김현수를 바라보듯 ‘한국의 김현수들’을 볼 때 미운 오리 새끼는 백조가 될 수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