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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톡톡]서민과 밀착하며 ‘생활필수터’로 변신한다

입력 | 2016-06-10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 대한민국 편의점이 어느덧 3만 개에 달합니다. 골목마다 차고 넘치고 있죠. 편의점 고객과 자체 브랜드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이래서 찾아가요

“대학생 되고 나서부터 편의점을 부쩍 많이 들르게 됐어요. 24시간 열려 있으니 밤늦게까지 친구들이랑 술 마신 날에도 새벽에 들러 라면을 먹거나 담배를 살 수 있어 편해요.” ―민준우 씨(22·대학생)

“아침을 못 먹고 출근할 때면 편의점에서 빵이나 우유, 샌드위치 같은 걸 사 먹어요. 가끔 목이 마르면 눈에 보이는 편의점에 들러 물이나 음료를 사 먹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가게 돼요.” ―남궁현 씨(30·약사)

“집에 들어가기 전 습관처럼 들러요. 남동생 사무실이 이 근처에 있거든요. 버지니아 슬림 담배도 사고, 항상 먹는 요구르트도 떨어질 때마다 사고… 내가 매일 만 원씩은 팔아준다니까요. 여기 직원도 편의점 사장 할아버지 아들인데 다 나랑 친하게
지내요.”―김숙희 씨(69)

“혼자 자취를 하다 보니 도시락 사러 자주 가요. 새벽엔 기분전환도 할 겸 맥주를 살 때도 있고요. 낱개로 파니 가격이 더 붙는다는 생각은 들지만 편히 들락거릴 수 있어서 애용해요.” ―이시언 씨(26·대학졸업생)

“촬영할 때는 팀으로 움직이게 돼요. 같이 움직이는 동생들 음료수를 사 주곤 해요. 스무 명 정도인데 카페에서 사 주기는 좀 부담스럽고, 편의점에서 1+1(원 플러스 원) 행사를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죠.” ―김유석 씨(39·비디오 저널리스트)

“1인 가구 증가가 편의점이 성장하는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됩니다. 가구 구성원이 감소하다보니 가까운 곳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소비하는 거죠. 편의점이 갑자기 늘면서 점포당 수익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용객과 이용 빈도수가 계속 늘어나는 한 계속 성장할 겁니다.” ―오경석 씨(49·한국편의점협회 팀장)

 
고객과 정을 나누는 가게

“지갑, 카드 참 많이 찾아줬어요. 여자 지갑을 주워주면 꼭 남자가 찾으러 와요. 남자 지갑을 주워주면 여자가 오지요. 먼저 지갑에 들어 있는 카드 회사에 연락하면 카드회사가 손님을 찾아 연락해줘요. 어느 날에는 한 남자 손님이 의자에 서류가방을 두고 갔어요. 가방 속의 다이어리에서 전화번호를 보고 연락했지요. 오래된 손님들과는 서로 격려해주기도 해요. 요즘처럼 더울 때는 아는 손님에게 시원한 가게 안에서 쉬라고 해요. 겨울에도 밖에 있는 손님보고 따뜻한 가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지요. 동네 장사니까요.”―양순자 씨(69·편의점 운영)

“편의점은 제 방황을 막아준 고마운 존재예요. 웹툰 작가로 데뷔하려면 시간과 돈이 필요해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도 벌고 편의점을 소재로 한 웹툰도 그릴 수 있었죠. 좋은 점주분을 만나 손님이 없는 새벽 시간에 노트북을 가져와 그림 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데뷔할 때까지 잘 버틸 수 있었답니다.” ―지강민 씨(38·웹툰 ‘와라! 편의점’ 작가)

 
위치별 손님들 특색

“잠실 종합운동장역 내 편의점에서 일해요. 야구 경기 있는 날엔 정말 정신없어요. 하루에 600∼700명에서 많으면 1000명까지도 오니까요. 맥주하고 물, 삼각김밥, 줄김밥, 과자 홈런볼 등이 많이 나가요. 컵라면이나 도시락은 안 팔아요. 경기 시간 지나가면 손님이 또 빠르게 빠지긴 해요.” ―한도현 씨(20·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아침 출근 시간엔 특히 바빠요. 지하철 타는 시간 맞추려고 손님들이 정신이 없죠. 카드 좀 미리 꺼내 놓으면 좋을 텐데, 가방에서 한참 찾는 분이라도 생기면 줄이 길어지죠. 현금 내는 분들은 계산대에 현금 내려놓고 급하게 차 타러 뛰어가기도 해요.” ―양순자 씨

“동대문에 있다 보니 중국인 관광객, 인근 회사 분들이 많아요. 주말엔 나들이 손님들이 자주 오고요. 중국인 손님들은 의사소통이 안 되니까 휴대전화로 상품 사진이나 상표 같은 것을 보여주면서 어디 있냐고 물어보기도 해요.” ―노형훈 씨(27·동대문디자인플라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업주들의 애환


“아침에 취한 듯한 손님이 들어와 소주를 꺼내 바로 따서 드시더라고요. 계산해 드리겠다고 불렀는데 통화 중이어서 못 들었더라고요. 괜히 무서워 더 말을 못 걸었어요. 혹시 몰라 카운터 밑에 있는 비상버튼에 손을 대고 있었어요. 심야 시간이나 이른 아침이 되면 저도 몰래 긴장이 됐죠.” ―염해민 씨(28·편의점 근무했던 자영업자)

“악덕 업주들 얘기는 자주 들어보셨겠지만 아르바이트생들 때문에 애태우는 업주도 꽤 많아요. 폐쇄회로(CC)TV로 나중에 확인해 보면 밤 10시부터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밤 12시가 되면 다른 애를 세워두고 본인은 오전 8시쯤 오고 그런 곳도 있대요. 자기 일처럼 일해 주는 친구들도 드물어요.” ―김모 씨(74·편의점 운영)

“가게에 들어오는 애들 때문에 힘들어요. 껌 하나 500원짜리 사면서도 대여섯 명이 와서는 떠들고. 장사도 안돼 힘든데 물건 분실도 많아요. 애들이 장난삼아 하나씩 가져가니 만날 재고 개수 확인하느라 바빠요.” ―박모 씨(61·서울 대치동 편의점 운영)

  
변화하는 편의점


“편의점끼리 자체 브랜드(PB상품) 경쟁이 붙었어요. 대표적인 게 도시락이죠. 일례로 GS25의 김혜자 도시락은 양이 많은 게 특징이고 세븐일레븐 혜리 도시락은 밥맛에 엄청 신경을 쓴다고 하더군요. 한 끼 식사로 손색없죠. 대용량 커피우유와 요구르트 등 음료나 디저트 쪽으로도 신상품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김병철 씨(27·취업 준비생)

“현재 택배,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생활편의 서비스도 편의점에서 이용할 수 있잖아요. 인터넷 은행이 출범하게 되면 대출, 신용조회 등 은행 서비스도 편의점 점포들이 제공할 수 있죠.” ―오경석 씨

“마진이 좋지 않아요. 프랜차이즈다 보니 회사에서 가져가는 것도 있고, 월세도 비싸죠. 특히 저희는 학원가에 있다 보니 낮에 학생들이 물건 사봤자 500원, 많으면 3000원 해요. 편의점 하나 해가지고는 한 가족이 먹고살긴 힘들어요.” ―최민수 씨(29·편의점 운영)

“편의점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100m도 채 못 가 다른 편의점이 있고 그렇더라고요.” ―차예리 씨(25·회사원)

“뷰티나 다른 상품 분야와 달리 편의점은 메일링 서비스나 협찬 서비스가 잘 안 돼 있어 신상정보를 발 빠르게 얻기 힘들어요. 그래서 편의점 신상이 나올 때마다 바로 리뷰를 올리는 ‘편의점 덕후’들이 많은 도움이 됐죠.” ―양주연 씨 (26·잡지 ‘대학내일’ 에디터)

“현재 도시계획이나 도시재생과정에서 편의점을 적극 활용하는 정책이 필요할 겁니다. 유통, 금융, 사회 복지 거점으로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 주민센터, 파출소 같은 장소를 따로 마련하지 않고 편의점을 일종의 지역 거점으로 활용하는 식으로요.” ―전상인 씨(58·‘편의점의 사회학’ 저자)
 
오피니언팀 종합·조혜리 인턴기자 성균관대 의상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