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일 산업부 기자
직장인 마음을 찌르는 문구입니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은 이 글에 남겨진 1000여 개의 댓글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이건 진짜 내 이야기구나. 얼마 전 술자리에서도 했던 이야기인데….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대학-취업-결혼-아이-내 집 마련-은퇴라는 쳇바퀴에서 벗어나고 싶다.’
“냉장고에서 보약을 꺼내 먹는 부장, 차장의 모습이 내 미래라고 생각하면 정말 암울해. 술 마시면 미래보다는 ‘왕년’을 얘기해. 난 그렇게 살지 않을 거야.”(퇴사 준비하는 7년 차)
“정해진 날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얼마나 안정적이냐. 회사가 전쟁터라지만 밖은 지옥이라는 드라마 대사도 있잖아.”(입사 5년 차)
“매일 윗사람이 시키는 의미 없는 일, 안 해도 된다는 것이 정말 좋아.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당분간 결혼은 못 하겠지만.”(창업 1년 차)
기자는 올해 초 연애 6년 만에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사회 초년생 때 매일 반복되는 야근에 지칠 때면 당시 취업준비생이었던 아내에게 “우리 싹 정리하고 2년 세계여행이나 갈까”라고 물었는데 항상 “좋아”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위로가 됐습니다.
약간 배신감도 느꼈습니다. 직장 20년 차 대기업 임원에게 털어놓으니 이렇게 말해주더군요.
“직장이 익숙해져 낯선 환경을 꿈꾸는 건데 그런 마음이야 내게도 있어. 누구의 엄마, 아빠나 직장의 부속물이 아닌 온전한 자신이 되고 싶다지만 구체적 모습이 없으면 껍데기에 불과해. 망설임 없이 퇴사 사유를 적을 수 없다면 더 신중해야 해.”
오늘 사표를 미리 써 놓으려 합니다. ‘퇴사 사유’는 빈칸으로 남겨놓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면 사표를 다시 꺼내 적으려고 합니다.
서동일 산업부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