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0일 오전 롯데그룹의 ‘심장’인 호텔롯데를 전격 압수수색하는 초강수를 둔 데에는 롯데그룹에서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국부(國富)가 상당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검찰은 호텔롯데가 국내에서 거둔 배당의 99% 가량이 지분 구조에 따라 일본으로 유출되는 과정 전반을 살필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은 연매출 83조 원에 계열사 80여 개, 국내 12만 명과 해외 6만 명의 임직원을 둔 재계 서열 5위이다.
○ “배당금 1213억 원중 1204억이 일본으로 흘러”
롯데그룹은 한국경제에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기업집단임에도 대부분 상장되지 않아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러던 지난해 이른바 ‘롯데가(家) 가족의 난’을 통해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분구조가 일부 드러나기 시작했다. 롯데그룹은 전체 매출액의 95% 가량이 한국에서 발생하지만 정작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에 위치한 ‘광윤사’, ‘L투자회사’ 등이 99.28%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일본에 위치한 롯데 관계사들인 롯데홀딩스(19.07%), 광윤사(5.45%), L제1~2 및 4~12 투자회사(72.65%) 등이 대주주로 있다. 호텔롯데는 최근 5년(2011~2015년) 동안 총 1213억 원을 주주들에게 현금배당했다. 1204억 원 가량이 최근 5년 동안 일본롯데 계열사들로 흘러들어갔다는 의미다. 호텔롯데 뿐 아니라 롯데알미늄, 롯데물산의 지분도 일본롯데 계열사가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어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현금은 더욱 큰 규모일 것으로 보인다.
○ “불투명한 지배구조, 검찰의 ‘대수술’ 불가피”
더 큰 문제는 일본계열사들에 대한 지분 구조 정보가 없다는 점이다. 일본법령은 비상장회사의 주주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회사가 오너와 가신으로 구성된 일본 ‘막부(幕府)’ 형태의 회사일 것이라는 추측만 나올 뿐 일본에 막대한 현금이 흘러들어 가는데도 이 돈을 누가 갖는지 알 수 없는 구조다.
호텔롯데는 이같은 지배구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달 29일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자 상장 논의는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롯데그룹은 IPO를 통해 호텔롯데 전체 주식의 35%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렇게 되면 일본계 지분 비율이 65%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일부 기업공개로 5조~6조 원 가량의 공모자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김준일·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