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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성폭행 피의자 옹호 주민, 이웃들 눈살에 활동도 못 해”

입력 | 2016-06-10 09:50:00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동아일보DB


전남의 한 섬마을에서 발생한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 관련, 안승호 신안군 섬마을 이장단협의회장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이틀 전 신안군과 지역 37개 사회단체는 공동 사과 성명서를 발표 한 바 있다.

안 회장은 먼저 “우리 지역에서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서 먼저 피해자 가족과 피해자 분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말문을 열면서 “뜻하지 않았던 사건에 지역을 비롯한 인근 섬까지 엄청난 파장이 와서 지금 우리 지역 주민들은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에 당혹스러워 일손을 놓고 있다. 한마디로 너무 힘이 빠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여기는 법 없이 살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고 말한 그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 일어나다 보니까 참 너무도 어처구니 없고 주민들은 너무나도 실망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8일 낸 공동 사과 성명서에 대해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참 우리 국민들한테도 이런 어떤 큰 실망감을 준 것 같았다”며 “우리 주민들 입장에서는 뭔가 국민들께 사죄를 해야 하지 않냐 그런 입장으로 사과문을 내게 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일각에서 ‘이게 주민들이 사과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는 인식이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물론 우리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고향에서 일어난 부분에 대해서 너무나도 가슴 아프고, 또 우리도 피해자와 같이 사는 주민으로써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사과문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이후 피의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주민 인터뷰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안 회장은 “그 양반이 사실 어촌에 살면서 언변이 얼마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그 양반은 그런 어떤 그 사람들을 동의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얼떨결에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그 양반도 주민들의 눈살을 받고 지금 제대로 활동을 못할 정도”라면서 “그 양반이 그분들하고 연관된 부분도 없고, 그냥 너무 과장되게 표현된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주민들이 가장 화가 나는 건 역시 그 성폭행 피의자들에 대해서’가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동의하며 “누가 뭐라고 해도 어떻게 하든 간에 이 부분은 우리 주민을 비롯해서 누가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건 이후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섬 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불안해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한 안 회장은 “지금 될 수 있으면 애들한테는 그런 부분을 안 알리려고 하는 입장”인데 일부 언론에서 학교로 찾아와 아이들에게 인터뷰를 하려 하기도 한다며 그래서 현재 학부형들이 학교를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사건으로 인해 “여행객도 취소를 많이 하고 있고, 여기 지역에서 나는 수산물들이 지금 온라인 불매운동이 벌어져 주민들이 의기소침해 있다”고 밝히면서 “몇 몇 잘못된 행동으로 이 엄청난 사건이 고향을 지키고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참 침통한 아픔을 주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더욱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주민들의 어려운 현실을 좀 이해해 주시고 우리 고향에 좀 많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고맙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지난달 22일에는 전남 섬마을의 한 초등학교 관사에서 주민 3명이 여교사를 차례로 성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

현재 경찰은 이들이 사전에 범행을 모의한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를 진행 중에 있으며, 10일 이들을 강간 치상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