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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아프리카, 닭, 새마을운동

입력 | 2016-06-11 03:00:00


고대 이집트 무덤에서는 고양이부터 악어까지 갖가지 동물 미라가 나오지만 닭 미라는 없다. 닭은 남아시아의 밀림에서 인도를 거쳐 바빌로니아와 페르시아를 통해 유럽까지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시경(詩經)에서부터 닭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성경만 해도 양이나 소, 돼지 얘기는 많이 나오는데 그에 비해 닭 얘기는 별로 없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200억 마리의 닭이 산다. 닭이 없는 지역은 펭귄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살아 있는 닭의 반입을 금지하는 남극뿐이다. 닭은 알을 많이 낳고 해충도 많이 잡아먹는다. 닭은 ‘닭고기 수프’ ‘백숙’ ‘프라이드치킨’ 등 갖가지 형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식용되는 육류로 ‘지구의 단백질’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아직도 닭이 귀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 닭 10만 마리를 보내기로 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게이츠는 닭을 기르고 파는 것이 가난을 물리치는 데 효과적이며, 하기는 쉽고 돈은 적게 드는 좋은 투자라고 강조했다. 5마리의 닭을 기르면 1년에 1000달러(약 116만 원) 이상을 벌 수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최저 수준의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빈곤선은 700달러(약 81만 원) 정도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선 국민의 41%가 빈곤선 아래에서 산다.

▷시간을 돌려 보면 먼 아프리카 얘기만도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도 닭은 장모가 사위나 와야 잡아 주는 귀한 음식이었다. 우리나라가 새마을운동으로 빈곤을 극복하는 데 양계사업이 큰 도움이 됐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은 아프리카에서 닭을 보급하고 사육을 지도하는 데 앞장서 왔다. 지금도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에는 부룬디 코트디부아르 콩고민주공화국의 공무원들이 교육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중 우간다에서는 아프리카 최초로 새마을운동 지도자 교육시설이 문을 열었다. 게이츠의 닭 기부와 우리의 사육 지도가 결합한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 같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