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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스]성과연봉제는 꼭 성공해야 한다

입력 | 2016-06-13 03:00:00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부가 강하게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한 끝에 공기업 30곳과 준정부기관 90곳 등 총 120개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 하지만 양대 노총은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했다.

성과연봉제는 꼭 필요한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세계 성인역량조사를 분석하면 한국 공공부문의 역량은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하락해 45세 이후엔 OECD 바닥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년이 보장되고 임금이 호봉에 따라 자동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심지어 임원이 되면 정년보장이 안 된다고 승진을 반기지 않는 현상마저 있다. 공공부문에 열심히 일할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성과연봉제는 민간에 더 필요한 제도다. 호봉제에선 나이 들수록 생산성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게 된다. 자연히 기업은 그런 직원을 내보내고 싶어 한다. 또 호봉제 적용을 받지 않는 직원, 즉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된다. 임금 근로자가 52세가 되면 퇴직하고 고용의 3분의 1 이상이 비정규직인 배경을 들추면 호봉제가 똬리를 틀고 있다.

성과를 철저히 평가받는 세상은 피곤하다. 평가의 불공정성도 우려된다. 그러나 고용과 투자가 저조해 생산성이 유일한 희망이 된 시대에 연봉제는 기회의 문을 열어 준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부작용 해소에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각에선 평가제도의 문제를 개선한 후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자고 한다. 하지만 이는 순서가 틀렸다. 그간 평가 결과가 연봉에 반영되지 않으니 굳이 평가를 개선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만 평가의 필요성이 생기고, 평가제도도 제대로 정비된다.

공공부문의 성과 측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위 직급일수록 더 어렵다. 그런데 성과란 ‘역량’, ‘노력’, ‘기타’ 등 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하위 직급의 경우에는 역량과 노력을 측정하자. 역량과 노력은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간 같이 근무하면 개인의 역량과 노력은 다 드러난다. 역량과 노력은 계량화가 어려워 상사가 멋대로 평가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다면평가로 해결하면 된다.

다면평가 시 친소관계에 따른 평가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특이 평가자를 제외하면 풀린다. 예컨대 한 개인을 10명이 평가해 그 평균점수가 C라면, A를 주거나 F를 준 평가자는 제외하는 것이다. 다면평가는 간부진의 권한을 약화시키므로 그 성공 여부는 기관장의 의지에 달려 있다. 외부기관에 다면평가를 의뢰해 간부진의 개입을 차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의 소통 역시 중요하다. 먼저 성과연봉제가 저성과자 퇴출과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성과연봉제만 도입되면 저성과자 퇴출제의 필요성은 크게 떨어진다. 또 공공부문 종사자 중 퇴출시켜야 할 정도의 문제 인물은 아주 극소수다. 퇴출제는 실익에 비해 논란이 큰 사안이니 연봉제의 성공을 위해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했으면 한다.

개혁에도 때가 있는 만큼 공공기관들이 서둘러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평가 제도를 대폭 개편해야 하는 기관들은 바뀌는 시스템에 따라 정밀하게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생산성 중심의 성장을 위해, 조기 퇴직과 비정규직 양산을 막기 위해, 성과연봉제는 꼭 성공해야 한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