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피로도’에 교체설 김장수, “유커 줄어 힘들었다” 하소연 북핵 실험을 막은 것도 아니고 사드 필요성 중국에 설득 못하면 군인출신 駐中대사 왜 보냈나 “중국의 浮上은 끝났다” 대통령께 고하는 게 국익이다
김순덕 논설실장
대단히 실례지만 뭐가 그리 피로했을까 싶어 지난 기사를 찾아보고 나는 눈을 의심했다. 4월 5일 부임 1주년에 맞춰 베이징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그가 1년간 가장 힘들었던 일로 꼽은 것이 “중국에서 한국 성형관광과 저가 패키지여행 부정적 보도가 나올 때”였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게 1월 6일이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2월 7일이다. 당일 한미 양국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논의 발표가 나오자 김장수는 중국 외교부 차관으로부터 ‘초치’당하는 굴욕까지 겪었다. 그런데 북핵 실험을 막지 못해서도 아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를 청와대와 연결 못해서도 아니고,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서 힘들었다니 군인 출신 대사의 섬세함에 되레 분노가 치민다.
일본은 지난달 중국통으로 이름난 요코이 유타카를 신임 주중대사로 임명해 중일 정상회담의 조기 실현 등 관계 개선을 예고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일본의 중요성을 절감했는지 일본통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장충초등학교 동창인 이준규 전 주(駐)인도대사를 내정한 상태다. 주중대사까지 한일 비교가 되기 전에 별로 한 일이 없는 김장수는 서둘러 돌아오는 것이 낫겠다. 현장에서 체험한 중국은 청와대가 알고 있는 중국이 아니라고 대통령에게 고하는 것이 차라리 국익을 위하는 길이다.
작년 8월까지만 해도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에서 ‘중국의 부상(浮上)과 동북아 국제질서 변화’ ‘팍스 시니카의 시대가 오고 있는가’ 같은 연구보고서를 내놓은 게 사실이다. 2013년 소설 ‘정글만리’를 출간한 조정래는 “중국이 곧 G1이 될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단언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올 초 미국의 포린어페어스 인터넷판은 ‘중국 부상의 종언’이라는 논문을 소개할 만큼 세상은 급변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49%로 치솟은 부채에다 세계교역 폭락, 노동인구 감소, 주식시장까지 개입하는 독재정치로 인해 더 깊은 침체, 아니면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모건스탠리의 최근 분석도 나왔다.
반면 셰일가스 혁명에 제조업 르네상스까지 맞아 성장을 구가하게 된 미국은 중국의 패권 도전을 더는 봐주지 않을 태세다. 지난주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두 강대국이 북핵 문제 말고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위안화 평가절하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날카롭게 부딪친 것도 2014년을 기점으로 중국경제가 급격히 가라앉았다는 지경학(地經學)적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행히도 최근 동아시아의 구조 변화로 인해 미국의 ‘전략적 고려’가 한반도를 빠른 시기에 통일시키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고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김장수가 지금까진 별 볼 일 없었지만 더는 중국 눈치만 봐선 안 된다고, 한국의 좀비기업이 중국의 2배나 될 만큼 경제구조까지 닮아가선 안 된다고 피를 토하듯 말해줬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또 초등학교 동창 대사를 찾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중국통 아닌 사람을 중국에 보낼까 봐 그게 걱정이다.
김순덕 논설실장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