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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편하게 웃는 착한 개그로 지구촌 누빕니다”

입력 | 2016-06-13 03:00:00

코미디 한류 이끄는 개그팀 ‘옹알스’




서울 동작구의 팀 연습실에서 만난 옹알스 멤버들. 뮤지컬처럼 개그 공연도 A팀, B팀을 정착시켜 보겠다는 의지로 이들은 국내에 있을 때 매일 연습에 매진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말자, 함께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하자. 이게 처음부터 갖고 있던 개그철학이에요. 편하게 웃을 수 있어야죠. 개그 소재에서 아예 정치 종교 인종 성(性)에 관한 내용은 빼놓습니다.”

누군가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자극적인 말로 웃기는 요즘 센 콘텐츠에 대해 개그 팀 ‘옹알스’ 맏형 조준우(38)가 남긴 말이다. 옹알스는 이런 철학으로 10년째 국내외를 누비고 있다. 8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맞춰 브라질 공연을 준비 중인 옹알스 멤버들을 최근 서울 동작구의 팀 연습실에서 만났다.

옹알스는 2007년 KBS ‘개그콘서트’에서 방영됐던 코너 ‘옹알스’에서 시작됐다. 조준우 조수원(37) 채경선(36)이 말없이 옹알이만 하는 코흘리개 아이들의 세계를 몸 개그로 표현해 인기를 얻었다. 방송을 떠나 해외로 진출하기로 결심한 것은 이듬해다.

“장애인 친구들 앞에서 공연을 했는데, 말로 웃기는 다른 팀들은 언어 장벽에 막히더라고요. 반면 말없이 웃기는 우리 공연은 반응이 좋았죠. 갑자기 머릿속에 다른 나라 사람들도 웃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어요.”(조준우)

이후 비트박스에 능한 최기섭(37)을 영입해 4인조로 거듭난 옹알스는 저글링 등 볼거리가 섞인 공연으로 해외 문을 두드렸다.

“처음에는 해외 진출 경험이 있는 (개그맨) 선배도 없고 주변의 괄시도 심했어요. 케이팝을 안다는 외국인은 ‘한국에 코미디가 있어?’라는 반응을 보였죠. 하지만 주눅 들기는커녕 묘한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런 너희들을 한번 제대로 웃겨 보겠다’는….”(채경선)

이들의 자신감은 허투가 아니었다. 해외 진출 2년째인 2010년 옹알스의 공연은 세계적 코미디축제인 영국 에든버러페스티벌에서 행사 관계자들로부터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았다. 2014년에는 호주 멜버른 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는 아시아인 최초로 ‘디렉터스 초이스’상을 받았다. 해외에서 명성이 쌓이고 유럽 아시아 북미 등에서 공연하며 코미디계의 ‘한류 전도사’가 됐다. 이에 맞춰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하박(35) 김국진(32) 이경섭(28) 최진영(27) 등 마술과 춤에 능숙한 멤버를 보강했다.

이들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들의 입에서는 ‘영어’ ‘원주민’이란 단어가 나왔다. “무대 위에서는 말할 일이 없는데 내려오면 비즈니스도 해야 하고 영어 쓸 일이 참 많더라고요. 옹알이만 하면 안 되는데…. 그리고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주민들까지 웃겨야 ‘지구를 누빈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조준우)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