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티롤 교수의 ‘공익의 경제학’
특히 프랑스에서 노동법 개혁안에 대한 반대 시위, 파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발간된 640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은 국가와 시장, 기업규제, 고용과 구조개혁 등의 민감한 주제를 다뤘다. 2017년 대선을 한 해 앞두고 프랑스의 당면한 개혁을 다뤘기 때문에 차기 대선을 위한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책이다.
게임이론과 산업조직론의 대가인 그는 독과점 시장의 효율적 규제 방안을 연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이 책에서도 시장에 대한 국가의 규제, 세계를 휩쓰는 ‘우버리제이션’(스마트 공유경제), 기후변화와 탄소세 도입, 난민 문제와 유럽연합(EU)의 국경 세우기, 실업자 문제와 노동계약 등의 문제에 대해 열정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독자들에게 복잡한 경제현실을 설명한다.
그는 프랑스의 ‘이중적인 시스템’에 대한 집착도 지적했다. 아무런 보호장치가 없는 비정규직과 극단적으로 고용을 보장해주는 정규직, 경쟁이 없이 들어갈 수 있는 일반 대학과 극단적으로 인재를 뽑는 명문 대학인 그랑제콜이 함께 존재하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그는 “대학에 아무런 경쟁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불평등의 한 요인이다. 덜 준비된 상태에서 입학한 학생은 결국 대학에서 학위를 딸 수가 없어 결국 1∼3년을 낭비하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장 티롤은 201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이후에도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논쟁가나 독설가, ‘경제학 구루(스승)’로 자처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는 그동안 프랑스의 상황에 침묵해 온 데서 벗어나 과감하게 발언한다. 그는 사회당 정부의 각종 경제개혁 조치에 대해 “경쟁력을 키우는 개혁은 좌파에게도 이롭다”고 말하거나, 최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노동개혁안에 대해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부(富)의 불평등 문제를 다룬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파리 경제대 교수)와 반대편에 서 있는 ‘안티 피케티’ 경제학자로 주목받아 왔다.
그는 일각에서 ‘극단적 자유주의자’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내가 노벨상을 받은 이유는 시장에 대한 국가의 규제방안 연구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국가는 시장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시장은 스스로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국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