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워싱턴 특파원
관심은 누가 이기느냐다. 현장에서 경선을 지켜본 나도 승패가 궁금하다. 워싱턴 정가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은 클린턴의 승리를 점친다. “트럼프 바람이 심상치 않다”고 하면 “내기하자”고 한다. 클린턴을 꼽는 건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표 계산, 바로 수학이다.
대선 결과 예측 사이트인 ‘270towin.com’에 힌트가 있다. 11월 8일 운명을 결정하는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얻으면 대통령이 된다는 의미로 이름 붙인 사이트다. 이곳의 예측은 제법 과학적이다.
하지만 10개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가 문제다. 여론조사 전화에 “옆집은 뭐래유?”라고 묻는다는 충청도처럼 표 계산이 쉽지 않다. 이 사이트의 예측모델은 과거 투표 성향에 여론조사 결과와 인종 분포를 종합해 경합주 표까지 계산한다.
현 시점에선 누가 확률이 높을까. 클린턴의 민주당은 217명, 트럼프의 공화당은 191명을 굳은자로 친다. 남은 130명 중 클린턴은 53명만 있으면 되지만 트럼프는 79명이나 필요하다. 경합주의 여론조사에서도 클린턴이 앞선다. 트럼프에게 쉽지 않은 판이다. 미국인들이 가장 신뢰한다는 도박 사이트(predictwise.com)에서도 클린턴 당선 확률은 74%나 된다. 한 달 전보다 10%포인트가량 올랐다. 수학으로는 ‘힐러리 클린턴 정부’가 들어설 공산이 큰 셈이다.
하지만 표 계산이 다 들어맞을 리 없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의석을 170석으로 예측한 많은 전문가들, 또 다른 통계 분석으로 오류를 합리화하고 있을 게 뻔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민심을 계량하는 건 쉽지 않다. 민심은 바람이다. 시대정신이라는 바람을 읽어내는 게 바로 통찰력이다.
미국은 변화를 원한다. 이번엔 더 절실하다. “어떤 변화든 환영한다”는 게 다수의 심정이다.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의 인기는 변화에 대한 갈증 그 자체다.
지금 미국에 불고 있는 바람은 트럼프 몫이다. ‘트럼프 싫어 클린턴 찍는다’는 표 계산으로는 어림없다. 클린턴이 남은 5개월 사이 ‘짝퉁 오바마’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면 백악관에서 퍼져 나오는 기괴한 웃음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지금 걸라면, 트럼프다.
박정훈 워싱턴 특파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