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당신의 발언은 법정에서 당신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수사관들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 피의자에게 이런 권리가 있음을 번거롭고 불편해하면서도 알린다. 1966년 6월 13일 미 연방대법원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이 같은 권리를 고지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진술은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미란다 원칙’을 확립한 지 50년. 강압수사는 줄었고 수사하기는 참 힘들어졌다.
▷1963년 3월 18세 소녀를 납치해 강간한 혐의로 애리조나 주 법원에서 ‘단기 20년 장기 30년’을 선고받은 미란다는 형사소송 절차의 큰 원칙을 세운 미 연방대법원의 역사적 판결로 일단 무죄로 풀려났다. 하지만 사이가 틀어진 동거녀가 미란다로부터 범행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이 있다고 밝히면서 애리조나 주에서 재심이 진행돼 결국 원심 형량 그대로 유죄가 확정됐다. 사필귀정이었다. 재심에선 연방대법원이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시한 미란다의 당초 진술을 제외한 다른 증거들이 채택됐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