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펄스’ 게이클럽 집단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인 오마르 마틴(30)이 범행 전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충성 서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틴이 최소한 IS의 극단주의에 경도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라는 뜻이다. IS가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 사건이자 9·11 테러 후 15년 만에 미 본토에서 벌어진 최악의 테러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 현지 언론은 미 연방수사국(FBI) 관계자를 인용해 “마틴이 총기 난사 직전에 911에 전화를 걸어 IS에 충성을 맹세했으며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IS와 연계된 매체인 아마크통신은 이날 “1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올랜도 게이 나이트클럽 공격은 IS 전사(戰士)가 저지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주 샌버내디노 총격 사건의 주범인 사이드 파룩의 부인 타시핀 말리크도 범행 전 페이스북에 IS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 대한 충성을 서약한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긴급 대국민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사건은 테러 행위이자 증오 범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용의자가 누구인지 극단주의 세력과 어떤 연계가 있는 지 파악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 배후를 상대로 사실상 전쟁을 선포했다.
이번 테러를 계기로 미 정부의 대테러 및 이민자 정책이 대선 정국의 핫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서 “미국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대해) 보다 강하고 현명해져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오늘 ‘과격 이슬람 테러리즘’이란 말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수치심을 느끼고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유사한 테러 행위를 막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며 오바마 행정부를 옹호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