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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철학과 강사, 여성-소수자 혐오발언 논란

입력 | 2016-06-13 19:53:00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철학과 전공강의를 맡은 한 강사가 강의 도중 소수자에 대해 수차례 차별·혐오 발언을 했다며 학생들이 학교 측에 13일 탄원서를 제출했다.

고려대 장애인권위원회, 문과대학 학생회 등은 문과대학과 교내 양성평등센터 등에 낸 탄원서를 통해 철학과 강사인 김모 씨가 올해 1학기 진행한 전공수업 강의에서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 대해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며 공식적 사과를 요구했다.

김 씨는 3월 11일 문화상대주의에 대해 설명하던 도중 “에스키모인들은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자기 마누라하고 동침을 시켰다고 한다. 가보고 싶다”고 발언했다. 학생들이 ‘여성혐오 발언’이라며 이의를 제기하자 김 씨는 “지나가는 이야기로 든 사례일 뿐”이라며 “농담이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탄원서를 제출한 학생들은 “김 씨의 차별적인 발언은 이후 강의에서도 반복됐다”며 ‘진정성이 없는 사과’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 씨가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혐오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씨가 지난달 20일 “사회적 가치의 대표가 되는 것은 돈, 명예, 권력”이라며 “딸이 셋이 있으면 하나는 권력자에게로 (시집)보내고, 둘째는 돈 있는 사람에게 보내고, 셋째는 명예가 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여성은 스스로 사회적 가치를 획득할 수 없는 존재로 보는 ‘여성혐오’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3일에는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게이바’를 “이상한 장사”, “고급 범죄” 등으로 묘사했다며 ‘성소수자 혐오발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김 씨의 차별·혐오발언들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김 씨가 “‘상처를 줬다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지 않냐”며 “쓸데없는 데에 시간을 쓰게 하지 말라”고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 씨가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학교가 추후 교수 채용 또는 재임용 과정에서 교원의 윤리적 의무를 강화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다”며 “수업 중 예시를 든 것뿐인데 학생들이 문제를 삼는 정도가 심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또 김 씨는 17일 예정된 기말고사에서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홍정수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