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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사람 찾아다니며 총질… IS추종 테러에 美 패닉

입력 | 2016-06-14 03:00:00

[美 사상 최악 총기테러]충격-슬픔의 올랜도 현장 르포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테러가 발생한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사건 현장은 무거운 침묵에 싸여 있었다. 기자가 12일(현지 시간) 밤 현장을 찾았을 때 경찰은 사건 현장 100m 밖에 차량으로 바리케이드를 쳐 접근을 막았고 추가 테러가 벌어질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은 6200만 명(2014년 기준)의 관광객이 몰리는 올랜도는 직격탄을 맞았다. 사건 현장은 디즈니랜드에서 약 29km 떨어져 있으며 던킨도너츠 등 프랜차이즈 식당이 밀집한 번화가에 있다. 클럽에서 가까운 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여성은 “이번 총격으로 ‘축복의 도시’가 저주를 받았다”고 했다.

생존자들이 전한 사고 당시 상황은 지옥이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경 클럽 안에는 300여 명이 모여 ‘라틴의 밤’ 이벤트를 즐기고 있었다. 분위기가 한창 달아오를 무렵 총성이 울렸다.

“저는 폭죽인 줄 알았어요.”

클럽 DJ 레이 리버라 씨는 폭죽 소리가 잘 들리도록 레게음악의 볼륨을 줄였다. 그때 총성이 연달아 울렸다. 사람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후문으로 도망치거나 창문을 깨고 탈출을 시도했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화장실이나 바 아래, 시신 더미 속에 숨었다. 테러범은 숨어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총질을 했다.

에디 저스티스 씨(30)가 죽기 전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끔찍하다. ‘엄마 사랑해요’ ‘클럽에서 총격이 발생했어요’ ‘화장실에 갇혔어요’ ‘경찰에 신고해줘요’ ‘그가 와요’ ‘전 죽을 것 같아요’…. AP통신은 클럽 안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게이여서 애칭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어떻게 남자 한 명이 103명의 사상자를 냈을까. 왜 경찰은 3시간이 지나서야 클럽에 진입했을까. 익명을 요구한 경찰은 “3시간 동안은 범인과 전화로 협상 중이었고 그동안 추가 총격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존 미나 올랜도 경찰서장은 기자회견에서 “테러범 오마르 마틴은 대치 중 경찰과의 통화에서도 이슬람국가(IS)에 충성 서약을 했다고 밝혔다. 그의 목소리는 냉정하고 침착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클럽 내로 진입하기 위해 장갑차로 벽을 뚫었는데 범인은 이 구멍을 통해 클럽 밖으로 나와 총을 난사하다가 사살됐다.

수사 당국은 마틴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에 충성 서약을 한 점으로 미뤄 볼 때 IS에 연루된 것으로 판단했으나 명확한 단서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의 애덤 시프 민주당 의원은 AP통신에 “마틴이 IS의 명령을 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IS에 경도돼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마틴은 2013년 동료에게 “테러범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두 차례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았으나 풀려났다. 이듬해에도 시리아에서 자살폭탄 테러에 나선 첫 미국인인 모너 무함마드 아부 살라와의 연관성을 조사받았지만 위법 사항이 적발되지 않았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미국 내에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가 900명가량 있는 것으로 보고 감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은 피해자를 위로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부상자들이 이송된 병원은 경찰이 통제하고 있지만 병원 밖에서 희생자를 애도하며 기도하거나 추모곡을 부르는 젊은 남녀들이 눈에 띄었다. 붉은 장미를 비롯한 색색의 꽃다발도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올랜도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추모 집회가 열렸다. 올랜도의 헌혈센터 앞에는 수백 명이 몰려 길게 줄을 섰다. 플로리다 주 성(性) 소수자 인권단체인 ‘이퀄리티 플로리다’가 온라인에서 벌인 피해자 돕기 모금운동에는 시작한 지 10시간 만에 2만여 명이 참여해 87만4000달러(약 10억3000만 원)를 기부했다고 CNN머니가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올랜도=박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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