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레리나 최초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박세은
박세은이 파리오페라발레단이 있는 파리 오페라극장 앞에서 발레 포즈를 취했다. 파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박세은(27)은 국내 발레 유망주들이 가장 닮고 싶은 해외 활동 무용수를 꼽을 때 매번 1순위에 오르는 무용수다. 20대 초반에 그는 ‘피겨 여왕’ 김연아(26), 수영 박태환(27)과 함께 한국의 ‘신(新)인류’로 불렸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2005년 동아무용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은 그는 세계 4대 무용 콩쿠르 가운데 잭슨(2006년) 로잔(2007년) 바르나(2010년) 등 3개 대회를 석권했다. 그는 2009년 국립발레단에 특채로 입단해 그해 발레단의 최연소 주역을 꿰찼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오페라발레단 연수단원으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현재 한국 발레리나로는 최초로 파리오페라발레단 솔리스트(쉬제)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11월 파리오페라발레단 승급 시험에서 박세은이 선보인 ‘다른 춤(Other Dances)’ 공연. 박세은은 올해 ‘브누아 드 라 당스’ 남성무용수 수상자인 마린스키발레단의 김기민과는 자주 연락을 할 정도로 친하다. 박세은은 “나를 천재라고 하지만 기민이가 정말 발레 천재”라고 말했다. 세바스티앙 마테 제공
그는 천재성에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악바리지만 입단 초기에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처음 2, 3년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새벽 4시에 잠이 들 정도로 불면증과 우울증이 찾아왔어요. 프랑스어가 유창하지 않아 의사소통이 힘들었는데 단원들이 ‘쟤는 어차피 못 알아들어’, 이런 말 할 때 정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그이지만 노력과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전 10시인 전체 연습 시작 시간보다 2시간 전에 미리 나와요. 하지만 저처럼 그렇게 일찍 나와 연습하는 단원들이 많더라고요. 저만 노력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더 열심히 해요.”
단원들끼리 승급과 작품 캐스팅을 두고 경쟁은 치열하다. 스트레스 탓에 정신과 진료를 받는 단원들이 많다. “(치료받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죠. 군무(카드리유) 단원으로 10년 넘게 머물고 있는 무용수들이 있으니까요.”
인터뷰를 마치고 햇살이 비치는 거리로 나왔다. 이때 그의 두 눈 사이로 이마에서 콧등까지 길게 난 흉터가 보였다. 지난해 말 연습 때 찢어져서 크게 다친 부위다. 그쪽으로 눈이 간 기자를 보고 그는 살며시 미소 지었다. 이어지는 그의 말에서 춤뿐 아니라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훈장이에요.”
파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