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폭력 노인학대]의료인 등 의무자 신고는 1건뿐
경찰청은 세계노인학대 인식의 날(15일)을 맞아 이달 초부터 노인학대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했다. 고령화 시대에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노인학대가 주변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에 따라 국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
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87건의 노인학대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고 이 가운데 36건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고 13일 밝혔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의료인 등 신고의무자가 노인학대를 신고한 사례는 단 1건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 후 현장에서 조치가 마무리된 사건을 제외한 36건 가운데 가장 높은 학대 유형은 역시 신체적 학대(31건)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정서적 학대(2건)와 경제적 학대(2건), 방임·유기(1건) 순이었다. 경찰이 이미 5건의 수사를 마무리 지은 가운데 9일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자신을 째려보는 것 같다는 이유로 70대 노인을 폭행한 30대 여성에게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넘기기도 했다.
신고 내용을 살펴본 결과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는 가정 내 부모·자녀 사이인 비율이 41.7%(15건)로 가장 높았다. 7건(19.4%)은 배우자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했고 4건(11.1%)은 주변 이웃이 가해자라고 신고했다. 알지 못하는 상대에게 피해를 본 경우도 10건(27.8%)에 이르렀다.
경찰은 올해 전국에 총 349명의 학대전담경찰관(APO)을 배치한 바 있다. 이들은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와 더불어 노인학대 문제를 함께 담당하면서 피해 지원 업무 등을 펼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신고 사례에서도 상담 28건, 쉼터 등 보호 5건, 의료 지원 4건 등의 사후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집중신고기간 등을 통해 노인학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