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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Beauty]와! 신나는 VR세상… 그러나, 눈과 뇌는 힘들어요

입력 | 2016-06-15 03:00:00

인체 친화적 VR, 아직은 먼일… 30분에 한번씩 휴식을
청소년들 스마트폰 중독 위험 높아




‘얼리어답터’(새 제품을 남보다 먼저 경험하려는 고객)를 자부하는 회사원 성모 씨(31)는 최근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썼다가 눈앞이 핑핑 도는 ‘사이버 멀미’를 경험했다.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고 잠든 다음날 눈에 눈곱이 가득 낀 적도 있다. 전화가 오지 않았는데 주머니 속에서 휴대전화 진동이 울리는 것 같이 착각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이처럼 새로운 각종 정보기술(IT) 기기와 함께 등장한 각종 ‘사이버 증후군’에 시달리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IT 전문가와 각 분야의 전문의들과 함께 각 증상의 원인과 해결책을 짚어봤다.

“VR 오래 쓰면 뇌전증 올 수도”


VR 기기를 사용했을 때 멀미가 나는 이유는 눈으로 보이는 화면과 사용자의 움직임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눈이 몸과 따로 놀아 뇌가 혼란을 겪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은 나이가 들어 노안(老眼)이 오면 더 심해진다. 눈과 아주 가까이서 심하게 흔들리는 화면을 눈이 제대로 따라가려면 눈의 수정체를 자유자재로 조절해야 하는데, 노화와 함께 이 근육의 기능 및 수정체의 유연성도 점차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각 효과가 지나치게 자극적이면 뇌전증(간질)을 유발할 수 있다. VR 기기 사용 가이드라인에는 ‘광(光)감수성이 높은 이용자는 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는 내용도 있다. VR 기기에 내장된 진동 기능은 분쇄기 기술자나 광원 등이 주로 겪는 진동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다. 머리를 직접 흔드는 식이기 때문이다. 장시간 사용하면 이어폰·헤드폰을 오래 끼고 있었을 때처럼 청력을 손상시킬 수 있고, 무게 때문에 척추와 목 근육에 무리가 올 수 있다.

IT 전문가들은 인체 친화적인 VR 기기가 출시되려면 적어도 3∼5년은 지나야 할 것으로 내다본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의 이보성 연구원은 “현재로선 장시간 사용하기 전 2, 3분가량 시범 착용해보고, 최소한 30분마다 10분씩 휴식을 취하는 식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학업 두뇌’에 악영향


VR 기기는 아직 널리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스마트폰은 생활 속에 자리 잡은 것을 넘어 중독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스마트폰·인터넷 이용자 1만8500명을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으로 인한 일상생활 장애, 금단, 내성 증상을 모두 보인 중독 고위험군은 2.4%였고 한두 가지 증상을 보인 잠재적위험군은 13.8%였다. 그런데 청소년은 고위험군과 잠재적위험군이 각각 4%, 27.6%에 이르렀다.

청소년은 뇌에서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고 주의력을 유지하는 ‘전전두엽’이 성숙하지 않아 스마트폰 중독 위험이 높아진다. 정유숙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 시기엔 뇌의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 중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제거하는 ‘가지치기’가 이뤄지는데, 뇌가 스마트폰 사용에 적합하게 모델링되면 뒤늦게 학업에 몰두하려 해도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태경 국립정신건강센터 중독정신과장은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의도했던 것보다 오래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는 ‘시간 감각 왜곡’에서 탈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스마트폰의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을 오래 들여다보면 수정체 조절 근육이 혹사당하고 눈 표면이 건조해져 굴절 이상 등 안과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밤에 불을 끄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은 특히 피해야 한다. 초점을 맞추는 대상과 주변의 밝기 차이가 클수록 눈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눕거나 엎드린 채 스마트폰을 드는 자세가 척추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적절히 사용하려면 △화면과 눈의 거리를 30cm 이상 떨어뜨리고, △20∼30분마다 눈의 조절근을 이완시키기 위해 먼 곳을 응시하고, △눈을 적어도 10초에 한 번은 의식적으로 깜빡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1시간 이상 연속해서 사용하거나 △눈이 피로하다고 해서 안약이 아닌 식염수를 눈에 넣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정의상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꼭 스마트폰을 써야 한다면 근처에 물을 담은 그릇을 둬서 공기 중 습도를 조금이라도 올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