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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사기 혐의 불구속 기소, 진중권 “현대예술 규칙을 왜 검찰이 제정하려 드는지 이해 불가” 발끈

입력 | 2016-06-14 18:27:00

조영남 씨가 판매한 ‘항상영광’. 대작화가가 그린 그림에 조 씨는 알파벳 ‘A‘의 아랫부분을 흰색 물감으로 늘리고 사인을 했다. 춘천지검 속초지청 제공


‘그림 대작(代作)’ 의혹을 받은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씨(71)가 사기 혐의로 14일 불구속 기소된 가운데, 문화평론가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진 교수는 14일 오후 검찰이 대작 고지 의무가 있다며 조 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자신의 트위터에 링크했다. 해당 기사는 검찰이 대작 고지의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반면 진 교수는 이를 미리 알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대작 여부를)알리는 게 바람직하나, 알리는 게 의무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궁시렁대는 돌머리들에게. 조영남을 욕하라. 당신들에게 조영남을 좋아해 달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며 “여러분에겐 특정인을 싫어할 권리가 있다. 나는 여러분들이 누구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데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다”라고 발끈했다.

이어 “논점은 그게 아니라, (1) 프록시(대리인)를 썼든 안 썼든, 작품의 저작권은 사인한 사람에게 있고, 그의 사인을 받은 작품은 어떤 형태로 제작되든 원작이며, (2) 작가에게 프록시 사용의 여부를 밝혀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프록시 사용을 놓고, 나아가 그 사실의 고지 여부를 놓고 미술계에 모두가 동의하는 합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도대체 현대예술의 규칙을 왜 이 나라에선 검찰이 제정하려 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진 교수는 “이건 논쟁할 거리가 안 된다. ‘팩트’니까”라며 “논쟁은 논리와 논리가 부딪히는 거지, 논리와 무지가 부딪히는 게 아니다. 논쟁이 돼야 할 것은 작가가 프록시 사용의 여부를 밝혀야 하느냐 마느냐, 예술가와 조수의 이상적 관계는 무엇인가, 이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진 교수는 13일 미술인단체가 조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헬조선 화가들의 지적 수준”이라며 “코미디야 코미디…저거야말로 국제적으로 한국 미술계의 수준을 드러낸 창피한 사건”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은 대부분 아래에 조수를 두고 있다. 그림이 팔리기 시작하면 바로 조수를 두고, 실행의 일부, 혹은 대부분, 혹은 전부를 조수들에게 맡긴다”고 주장했다.  

한편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14일 조 씨와 그의 소속사 대표이자 매니저인 장모 씨(45)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2011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무명화가 송모 씨(60) 등 2명이 그린 화투 그림에 경미한 덧칠을 한 뒤 자신의 그림인 것처럼 20명에게 26점을 판매해 1억8035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씨의 매니저인 장 씨는 지난해 2월부터 조 씨의 대작과 판매에 가담해 2680만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