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씨가 판매한 ‘항상영광’. 대작화가가 그린 그림에 조 씨는 알파벳 ‘A‘의 아랫부분을 흰색 물감으로 늘리고 사인을 했다. 춘천지검 속초지청 제공
‘그림 대작(代作)’ 의혹을 받은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씨(71)가 사기 혐의로 14일 불구속 기소된 가운데, 문화평론가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진 교수는 14일 오후 검찰이 대작 고지 의무가 있다며 조 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자신의 트위터에 링크했다. 해당 기사는 검찰이 대작 고지의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반면 진 교수는 이를 미리 알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대작 여부를)알리는 게 바람직하나, 알리는 게 의무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논점은 그게 아니라, (1) 프록시(대리인)를 썼든 안 썼든, 작품의 저작권은 사인한 사람에게 있고, 그의 사인을 받은 작품은 어떤 형태로 제작되든 원작이며, (2) 작가에게 프록시 사용의 여부를 밝혀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프록시 사용을 놓고, 나아가 그 사실의 고지 여부를 놓고 미술계에 모두가 동의하는 합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도대체 현대예술의 규칙을 왜 이 나라에선 검찰이 제정하려 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진 교수는 “이건 논쟁할 거리가 안 된다. ‘팩트’니까”라며 “논쟁은 논리와 논리가 부딪히는 거지, 논리와 무지가 부딪히는 게 아니다. 논쟁이 돼야 할 것은 작가가 프록시 사용의 여부를 밝혀야 하느냐 마느냐, 예술가와 조수의 이상적 관계는 무엇인가, 이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진 교수는 13일 미술인단체가 조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헬조선 화가들의 지적 수준”이라며 “코미디야 코미디…저거야말로 국제적으로 한국 미술계의 수준을 드러낸 창피한 사건”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14일 조 씨와 그의 소속사 대표이자 매니저인 장모 씨(45)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2011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무명화가 송모 씨(60) 등 2명이 그린 화투 그림에 경미한 덧칠을 한 뒤 자신의 그림인 것처럼 20명에게 26점을 판매해 1억8035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씨의 매니저인 장 씨는 지난해 2월부터 조 씨의 대작과 판매에 가담해 2680만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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