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10개 주요 사립대 총장들이 13일 대학 발전을 위한 ‘미래대학포럼’을 출범시키는 자리에서 교육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학생선발권을 틀어쥔 정부가 수시로 바꾸는 입시제도, 지원금을 무기 삼아 획일적으로 밀어붙이는 대학 구조조정이 대학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지금의 대학이 지금 이대로 학생들을 길러 인공지능(AI)과 겨룰 수 있겠느냐”며 “대학은 지금 바뀌지 않으면 도태되는 문명사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통제와 간섭이 어떻게 대학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총장들이 앞다퉈 지적한 것을 보면 어떻게 여태 침묵할 수 있었는지 답답할 정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양교육 강화’ ‘취업·창업 지원’ 등 정책 방향이 오락가락하고 재정지원도 달라져 수험생들뿐 아니라 대학들도 눈치작전을 편다고 총장들은 한탄을 했다. 그럼에도 2009년부터 계속된 등록금 인상 억제 정책과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공약에 대학 재정난이 심각해져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피해는 대학과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대학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장기적 안목으로 개혁을 밀고 나가야 하는데 교육부는 연 2조 원 규모의 재정지원 사업을 내걸고 수시로 정책 방향을 바꾸면서 좌파 정권 뺨치는 ‘대학 하향 평준화’ 정책을 펴고 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등록금을 최대 3배까지 올릴 수 있게 한 대학 개혁으로 교육 경쟁력 제고의 길을 터준 것과 거의 정반대다.
마침내 10대 사립대 총장들이 입을 연 것은 의미가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현행 대입 수시모집 제도의 일정 제한을 허물고 연중 상시 모집 형태로 바꾸는 등 자율 개혁에 나설 태세다. 정부가 행여 총장들의 쓴소리를 괘씸하게 여겨 온갖 구실로 대학에 불이익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의 ‘갑’ 노릇을 하는 한 대학 개혁은 불가능하다. 다양성과 자율성에 대한 총장들의 요구를 교육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