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기능 조정이 필요한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45개 공공기관 가운데 소규모의 5개 기관만 통폐합하는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폐업이 유력시됐던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도 ‘단계적 구조조정’으로 살아남았다. 한국전력이 55년간 독점해온 전력 소매분야를 민간에 개방하기로 했으나 시기를 밝히지 않아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결국 지난해 4대 항만공사 통폐합 무산처럼 산하기관 감축을 우려한 ‘부처 이기주의’와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에 공공기관의 근본적 구조개혁은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이번 발표는 에너지산업 전반에 대한 큰 그림 없이 ‘공공기관 대마불사(大馬不死)’를 밝혔다는 점에서 정부가 지난주에 발표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다를 바 없다. 세계 에너지산업은 석탄 석유 등 전통적인 에너지원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옮겨가면서 스마트그리드 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추세다. 일본에선 4월부터 소매전력 시장이 전면 자유화되면서 소프트뱅크가 전기료, 통신요금, 인터넷을 묶은 패키지 상품을 내놓는 등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 정부가 전력 가스 석유 등 에너지원별 신산업대책을 금년 중 발표한다지만 이는 공공기관 개편과 동시에 나왔어야 한다. 결국 에너지 분야에서만 부채가 170조 원에 이르는 공기업들을 개혁해 신산업의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기는커녕 ‘에너지 철밥통’만 지키려는 모습이다.
2013년 말 시작된 박근혜 정부의 공공개혁은 복지 축소와 부채 감축의 1단계를 거쳐 2단계에 들어섰지만 국민은 성과를 실감할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 공공기관 부채가 전년보다 15조 원 줄어든 505조 원이라고는 해도 국가부채 590조 원과 맞먹는다. 공공기관과 국가부채를 합한 공공부문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0%를 넘어섰다. 공공기관 수도 2013년 295개, 2014년 304개, 지난해 316개, 올해 6월 현재 323개로 되레 늘었다. 그런데도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부채 감축, 방만경영 개선 등 개혁 성과를 달성했다”고 자화자찬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