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인구 200만 시대]국내서도 커지는 ‘다문화 피로감’… 정책틀 다시 짜야
《 급속히 늘어나는 이민자들로 세계 각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적인 불경기와 일자리 감소 와중에 난민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유럽의 인권 선진국에서조차 ‘반(反)이민 정서’가 일어나고 있다. 보수화돼 가는 국내 정서를 이기지 못하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연달아 ‘다문화주의의 실패’를 인정했을 정도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추방’ 공약은 자국 내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
○ ‘다문화 피로감’ 높이는 허술한 난민 제도
법무부에 따르면 2009년 324건에 불과했던 난민 신청 건수는 2015년 5711건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 4월까지만 2273건에 달한다. 1994년 이후 현재까지 1527명이 난민 인정을 받았다. 난민 신청을 하면 강제추방을 당하지 않는다. 심사 결과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가면 3, 4년간 체류할 수 있다. 한 달에 40만 원씩 6개월 동안 생계비를 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에는 신청자 5711명 중 650명이 생계비를 받았다. 이 때문에 돈을 노린 한국인 브로커들이 불법 체류자들에게 ‘난민 신청을 해 주겠다’며 접근하기도 한다. 난민들 사이에서 ‘한국은 난민 천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결혼 이민 여성에 치우친 다문화 정책
외국에서는 보기 드문 결혼 이민 여성에 대한 예산 지원 정책도 논란거리다. 여성가족부의 2016년 다문화가족 정책 시행 계획에 따르면 올해 다문화가정에 배당된 정부와 지자체 예산은 총 1450억 원. 결혼 이민 여성은 전국 217곳에 설치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각종 지원을 받지만 센터의 이용률은 42.3%에 그친다. ‘한 번이라도 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사람’을 집계한 것이라 과거 이용자까지 누적된 수치여서 실제 이용률은 이보다 더 떨어진다.
유사 및 중복 사업도 눈에 띈다. 여가부는 이민자들에게 번역 서비스를 지원하는 다누리 콜센터를 운영하면서도 따로 통번역 서비스를 지원한다. 또한 지원 대상에 결혼 이민자까지 포함된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창출 지원 사업이 있지만 여가부는 따로 결혼 이민 여성 인턴제를 운영하고 있다.
○ “이민 정책 큰 그림을 그려라”
서광석 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장은 “그동안 14개 부처가 제각각 이민 정책과 다문화 정책을 펴 오면서 부처 간 알력이 심했다”며 “향후 10년은 이민자 문제를 통합 관리할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장기적인 관점 아래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