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에 만들어진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나요? 어머나! 여러분의 부모님이 태어나기도 전이라고요? 50년이 지난 영화지만 배경이 된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의 아름다운 자연과 주옥같은 노래들이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가족 뮤지컬 영화의 고전(古典·classic)입니다. 영화를 보지 못했어도 여자 주인공인 마리아 선생님이 7명의 자녀를 둔 폰 트랩 대령의 가정교사로 들어가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쳐주는 장면에서 등장한 ‘도레미송’은 모두 들어봤을 거예요.
노래가 시작되기 전 마리아 선생님이 “글을 배울 때는 ABC로 시작하고, 노래를 배울 때는 도레미로 시작한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와요. 그러면서 계이름을 영어 발음과 비슷한 음절로 가르치면서 노래가 시작된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는 하얀 도화지, 레는 둥근 레코드,(요새는 시대상의 변화로 레코드 대신 ‘새콤한 레몬’으로 부른다고 하네요) 미는 파란 미나리….” 이렇게 번역해 불렀고요.
‘Do Re Mi Song’
Doe, a deer, a female deer
Ray, a drop of golden sun
Me, a name I call myself
Far, a long, long way to run
Sew, a needle pulling thread
La, a note to follow Sew
Tea, a drink with jam and bread
That will bring us back to Do
그렇다면 ‘도레미파솔라시도’는 도레미송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것일까요?
‘도레미파솔라시도’는 이탈리아어입니다. 우리말 음이름은 ‘다라마바사가나다’, 영어로는 ‘CDEFGABC’이고요, 그럼 계이름과 음이름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음이름은 어떤 음계, 어떤 조성이라도 절대 변하지 않는 음 기호이고요, 계이름은 음계(音階)가 바뀔 때마다 변하는 것이랍니다. 예를 들면 조표가 없는 다장조에서는 계이름 ‘도(Do)’가 음이름 ‘다(C)’지만, 올림조표(#)가 하나 붙은 사장조에서는 음이름은 그대로 ‘다(C)’지만, 사장조 음계의 위치에 따라 계이름은 ‘파(Fa)’가 됩니다.
이렇게 ‘도레미파솔라시도’라는 전 세계에서 공용되는 계이름은 11세기경에 음악이론가이자 성직자였던 귀도 다레초(Guido d‘Arezzo·992?∼1050?, 사실 ‘귀도 다레초’는 이름과 성(姓)이 아니랍니다. 당시 귀족이 아닌 사람들은 성(姓)을 가질 수 없었기에 ‘아레초 마을의 귀도’라는 뜻으로 ‘귀도 다레초’라고 부른 것이 마치 이름처럼 불리는 것이랍니다. 우리가 잘 아는 천재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사실은 ‘빈치 마을의 레오나르도’라는 뜻입니다.)에 의해 처음 불리게 된 것입니다. 귀도는 당시 성가대원들이 새로운 성가를 배울 때 단순히 여러 번 듣고 반복적으로 따라 부르며 암기에만 의존하기보다 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배울 방법이 없을까를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당시에 잘 알려져 있던 성가인 ‘성 요한 찬미가(Ut queant laxis)’라는 노래 가사의 첫 음절이 각각 한 음씩 상행하는 음계의 여섯 음과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 음들로 시작하는 가사 음절의 여섯 음절을 따와서 ‘ut, re, mi, fa, sol, la’라는 이름을 정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Do Re Mi Fa Sol La Si’와는 좀 다르지요? ‘ut’가 ‘Do’로 바뀌고, ‘la’ 위에 ‘Si’가 첨가된 것은 17세기에 이르러서입니다. 1673년 이탈리아 작곡가 보논치니(G. M. Bononcini·1670∼1747)가 발음상의 이유로 ‘ut’를 부르기 쉬운 ‘Do’로 바꾸었는데, ‘Do’는 라틴어로 주님인 ‘Dominus’의 첫 번째 음절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아직도 ‘ut’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레고리오 성가 시대에는 성가가 6음 음계에 기초했기 때문에 일곱 번째 음인 ‘Si’가 없었으나, 음계가 늘어나면서 1600년경에 7번째 음이 추가되었고, 그 이름을 성가 마지막 가사 두 개의 단어들 ‘Sancte Ioannes’의 첫 문자들인 S와 I(I는 나중에 J로 표기되었습니다)로부터 유래된 ‘Si’라는 음절이 붙여졌습니다.
[그림 4] 5선보로 옮겨 적은 성 요한 찬가
[그림 3]의 악보를 보면 음표가 지금의 동그란 음표와는 달리 사각형이고 서로 붙어 있기도 하며, 5선이 아닌 4선보에 표기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의 악보로 옮겨 적으면 [그림 4]와 같습니다. 비록 4선보라 지금과는 다르지만, 이전에 가사 위의 부호(neuma), 그 이후에 선 하나 또는 둘로 음의 높낮이를 표현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기보법의 발전이 있었던 것인데, 이렇게 4선보를 널리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귀도 다레초입니다. 또한 귀도는 [그림 5]처럼 왼손의 손가락 마디마다 음이름을 적어 넣고 그것을 짚어 가며 선율을 익히도록 하여 악보가 없던 시절에 학생들이 성가를 익히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귀도 다레초 덕분에 당시 성가대원들은 정확한 음 높이를 잡고 새로운 성가를 편리하게 연습하여 단 며칠 만에 배울 수 있게 되었으며, 기보되지 않은 성가들도 듣고 기보할 수 있게 되어 많은 성가들이 후대에 전해지게 된 것입니다.
김선향 선화예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