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축구연맹 랭킹 포인트는, 100점 만점에 클럽포인트가 70점
클럽팀들 4년간 ACL 호성적 덕에… 한국 3년 연속 亞 1위 자리 차지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46개 회원국의 랭킹을 발표했다. 한국은 클럽 포인트 70점과 국가 포인트 26.294점을 합쳐 96.294점으로 1위에 올랐다. 2위 사우디아라비아(92.938점), 3위 아랍에미리트(91.533점)를 크게 앞섰다(표 참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아시아 1위는 이란(39위)이고 한국은 2위(50위)다. 하지만 AFC 랭킹에서 이란은 4위에 그친다. FIFA 랭킹 아시아 3위인 일본은 AFC 랭킹 5위다. AFC 랭킹 포인트는 최근 4년 동안 각 나라 클럽들의 AFC 챔피언스리그(ACL) 성적과 기본 항목 점수를 합산한 클럽 포인트 70점에 FIFA 랭킹에 따른 국가 포인트 30점을 합해 100점이 만점이다. 한국은 클럽 포인트, 이란은 국가 포인트에서 만점을 받았다. 한국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1년에 두 차례 발표하는 AFC 랭킹에서 한국이 맨 위라고 하니 기분은 좋지만 의문이 생겼다. 아시아에서 클럽 수와 관중이 가장 많고 운영도 선진적이라는 일본이 왜 5위일까.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설명하는 이유는 이렇다. AFC가 랭킹을 발표한 것은 2012년부터다. 일본은 ‘랭킹 발표 원년’에 1위를 차지했다. 당시 AFC는 자국 리그 규모, AFC 챔피언스리그 성적, 관중, 연맹의 독립성과 순수성, 마케팅과 프로모션 역량, 구장 등의 인프라, 미디어 관리, 각 구단 조직 규모 등 11개의 상위 지표와 이에 따른 150개의 하위 지표를 계량화해 점수를 매겼다. 2012년 한국은 2위였고 카타르가 3위였다.
▷2013년에도 1∼3위는 일본, 한국, 카타르였다. 당시 지표를 기준으로 하면 순위가 바뀌기 힘들었다. 그러자 상위권에 포함되지 못한 중동 국가들을 중심으로 반발하는 회원국들이 늘어났다. 나라마다 천차만별인 인구나 축구 인기 정도를 척도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국가의 경제력으로 축구 랭킹을 매기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결국 AFC는 ACL과 AFC컵대회 성적 위주로 산정 방식을 바꿨다. 이전 지표들은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기본 점수를 줘 변별력을 낮췄다. 2011년 전북 준우승, 2012년 울산 우승, 2013년 FC서울 준우승 등 2014년을 포함한 4년 동안 ACL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둔 한국은 1위가 됐다.
▷AFC는 상반기 랭킹을 발표하면서 “한국이 지난 4년 동안 ACL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이번 시즌에도 FC서울과 전북이 8강에 올랐다”고 1위에 오른 요인을 설명했다. ACL 8강 티켓 가운데 동아시아에 할당된 4장은 한국과 중국(상하이 상강, 산둥 루넝)이 2장씩 나눠 가졌다. 물론 AFC 랭킹을 놓고 “사실상 ACL 성적으로 한 국가의 축구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맞는 얘기지만 AFC 랭킹 산정 방식이 바뀐 과정을 돌이켜보면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FIFA 랭킹만 해도 많은 축구 팬이 그 나라 축구 실력의 바로미터로 받아들이지만 FIFA 랭킹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축구 전문가들도 꽤 있다. 포인트는 쌓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산정 방식이 나오지 않는 한 AFC 랭킹은 그 자체로 유효하다. 관중 수 등 애초 지표로도 1위를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