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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북한도 과외를 한다

입력 | 2016-06-15 03:00:00


“한국 민족 유전자(DNA) 속에 과외가 있다.” 김영삼 정부 때 교육개혁위원회 상임위원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낸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자주 하던 우스갯소리다. 한국 사람들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자녀에게 과외를 시키는 모습을 빗댄 말이었다. 학생들을 성적 하나로 줄 세우지 말자고 당시 장관은 호소했지만 부실한 공교육에 학부모들의 ‘성적 지상주의’까지 겹쳐 사교육 열기는 식지 않았다.

▷북한은 유치원 2년-소학교 5년-초급중학교 3년-고급중학교 3년 학제다. 유치원 후반 1년의 높은반을 포함한 ‘12년제 무상 의무교육’을 자랑한다. 하지만 무상교육은 엘리트 학생 교육을 위해 1984년에 세운 평양제1중학교와 각 도의 제1중학교에만 해당된다. 나머지 학교들은 국가 지원이 없어 학부모들이 내는 돈으로 연명하는 실정이다. 유치원 높은반의 경우 아이들이 먹을 쌀과 식기는 물론 낮잠 잘 때 베는 베개까지 챙겨가야 한다.

▷소학교 학생을 둔 북한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 갖는 과목은 수학이다. 돈 안 드는 기숙학교인 제1중 합격에 수학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제1중 입학시험에서 수학은 다른 과목과 달리 3차까지 치르는데 만점도 다른 과목의 2배인 100점이다. 학부모들은 우수한 수학교사가 있는 소학교 교장에게 뒷돈을 내고 자녀를 들여보내 수학소조(그룹) 활동을 하게 하고, 이것만으로는 모자라 학교 밖에서 과외교사를 찾는다. 학부모 10명이 돈을 모아 집까지 사주면서 과외교사를 모셔온다니 우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제1중에 붙으면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중앙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이 커지고, 졸업한 뒤 교사 의사 법관이 될 수 있다. 군복무도 중졸자는 10년이지만 대졸자는 3∼5년만 하면 된다. 당 간부가 되기 위해서라도 대학 졸업장은 필요하다. 성분이 좋아야 간부가 되던 시절에는 ‘간부집 자식들은 돌대가리’라고 비아냥거렸지만 지금은 옛말이 됐다. “학력-경제력-권력이 서로 맞닿아 있다’는 김정원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의 진단이 우리 현실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섬뜩해진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