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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올때 우산 뺏는 구조조정” 중소 조선사의 눈물

입력 | 2016-06-16 03:00:00

대선조선, 선박대출 거부당한 사연




부산 사하구 감천항로 대선조선 다대공장 전경. 대선조선 제공

8일 중소 조선업체인 대선조선은 수협으로부터 ‘선박 건조자금에 대한 대출 확정서를 발급해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정부가 이날 산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선조선에 대해 “2018년까지 673억 원 규모의 추가 자구계획 이행 시에도 내년 중 자금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선조선은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유동성 우려를 공표하자 금융권에서 자금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을 들어 돈줄을 조이면서, 중소 조선소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 정부 발표로 기업 피해

지난해 매출이 2870억 원인 대선조선은 4월 국내 해운업체인 하나마린으로부터 스테인리스 화학운반선을 수주했다. 하나마린은 수협에 176억원 규모 선박 건조자금 대출을 신청했고, 8일은 수협이 대출 확정서 발급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날이었다. 대출 확정서가 나오면 KDB산업은행이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해주고, 하나마린은 수협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대선조선에 선수금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수협은 정부 발표를 보고 반려 통보를 냈다. 이 때문에 설계 작업을 이미 시작한 대선조선은 아직 선수금도 받지 못했다.

대선조선은 “유동성에 문제가 없는데 억울하다”고 밝혔다. 대선조선이 올해 수주한 선박은 총 6척이다. 정부는 발표를 앞두고 연간 수주량이 △12∼13척인 최적의 상황 △8척인 상황 △올해 6척을 수주하고 내년에 1척도 수주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 등 3가지 시나리오를 두고 스트레스 테스트(재무안전성 평가)를 했다. 첫 번째,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유동성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지만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만 발표했다.

대선조선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연간 최저 수주량이 8척, 최대가 17척이었고 올해와 내년 각각 8∼10척의 수주가 전망되는 만큼 정부 발표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정부 발표를 보고 일부 협력사가 ‘60일 어음결제를 하던 것을 현금결제로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자금 부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힌 것이지 유동성 문제를 과대 해석한 일은 없다”며 “회생 가능성이 있는데도 금융회사들이 자금줄을 조이는 일이 없도록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 삼성중공업 ‘사즉생’, 대우조선 ‘급여체계 손질’

한편 삼성중공업은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자구안 실행에 돌입했다. 박대영 사장은 다음 달부터 경영 정상화까지 임금 전액을 반납하고, 임원들은 전원 사직서를 낸 뒤 임금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향후 부장은 20%, 과장은 15%, 사원은 10%씩 임금을 반납할 계획이다.

올해 희망퇴직 1500명 등 1900명을 줄이고 이를 포함해 3년간 전체 인력의 30∼40% 수준인 5400여 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동자협의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이날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파업 등 쟁의 발생을 결의하고 박 사장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금융권에서는 자구안의 실효성 여부에 의문을 품고 여신 축소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7일 삼성중공업의 1년짜리 단기차입금 1000억 원에 대한 만기를 연장하면서 대출 기간을 기존 1년에서 3개월로 축소했다. 신한은행도 17일로 예정된 1500억 원 규모의 대출 만기 연장에 대해 ‘3개월만 연장’ 방침을 세웠다.

대우조선해양은 생산직 급여 체계를 손질하기로 했다. 거제 옥포조선소에 근무하는 약 7000명의 생산직 중 용접과 전기공사, 의장 작업 등을 하는 ‘직접 생산직’의 임금은 그대로 두되 안전 관리, 공구 수리 등의 업무를 하는 ‘간접 지원직’의 임금은 낮추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5일 중앙집회를 열고 설비 지원 부문 외주화, 분사 등 구조조정을 저지하기 위해 공장을 세우는 ‘옥쇄파업’ 등 점거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노조는 17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 발생을 결의한다.

강유현 yhkang@donga.com·장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