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업계 1위 놓고 서비스 차별화 경쟁 치열
제주항공, 기업체-공공기관에 할인쿠폰 실속형 비즈니스 수요 선점나서
진에어, 대형기 운항… 고정비 부담 줄여 올해 1분기 매출-영업익 1위 올라
《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를 둘러싸고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경쟁에 불이 붙었다. ‘도전자’ 진에어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제주항공은 비즈니스 수요를 공략하는 등 가격 이외 요소를 차별화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
○ 제주항공 “기업 수요 공략·포인트로 차별화” 제주항공은 15일 “다음 달 14일까지 새로 기업우대서비스에 가입한 기업회원 모두에게 다음 달 23일까지 탑승 가능한 국내선 1만 원, 국제선 3만5000원 할인 쿠폰을 증정한다”고 밝혔다. 할인쿠폰은 국내선 왕복 10만 원 이상, 국제선 왕복 20만 원 이상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이용할 수 있다. 제주항공 기업우대서비스는 공공기관, 정당, 협회 및 단체 등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1인 이상 일반 기업체면 가입 가능하다.
제주항공이 기업우대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것은 LCC를 활용하는 비즈니스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그간 LCC 이용객은 주로 여행객이었고, 출장 등 기업체의 수요는 주로 대형 항공사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기업들 사이에도 실속을 중시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아시아권 출장에서는 LCC를 활용하는 기업체들의 수요가 생겨나, 이 고객들을 잡아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제주항공은 기업우대서비스 외에도 포인트 제도와 여행정보 제공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포인트 제도인 ‘리프레시 포인트’는 적립 포인트에 상관없이 가지고 있는 포인트를 항공권 결제에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앞세워 회원 수를 늘리고 있다. 현재 가입자 수는 280만 명으로, 6개월 만에 50만 명이 늘었다. 또 괌·사이판·세부의 자유여행객에게 여행정보를 제공하고 짐 보관, 유모차 대여, 비상시 통역 지원 등이 가능한 ‘제주항공 라운지’도 운영 중이다.
○ 진에어, 대형기종·장거리 노선으로 1위 노려 제주항공의 차별화 전략은 어느새 턱밑까지 따라온 진에어의 공세에 대한 방어 수단이다. 진에어는 지난해까지 매출과 영업이익, 여객 수 모든 면에서 제주항공에 뒤졌지만, 올해 1분기(1∼3월)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제주항공을 앞질렀다. 국내선을 합한 전체 여객 수는 여전히 뒤지지만 국제여객 수만 따지면 92만5352명으로 제주항공(92만51명)을 근소하게 앞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국제선 여객이 85.1%나 늘었는데, 분기별 국제여객 수에서 제주항공을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에어의 실적이 크게 좋아진 것은 다른 LCC와 달리 대형 기종을 도입하고 장거리 노선을 공략한 영향이 크다. 대표적인 노선이 국적 LCC노선 중 가장 긴 인천∼하와이 호놀루루 노선이다. 진에어는 지난해 12월 이 노선에 취항하면서 393석 규모의 중대형 기종인 보잉 B777-200ER 기종을 투입했는데, 국적 LCC들이 주로 쓰는 B737-800 기종(약 189석)보다 좌석 수가 2배 이상 많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한 번에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르는 것이 수익성이 훨씬 높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진에어는 하와이 등 장거리 노선 탑승률이 높아지면서 고정비 부담이 줄어들어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 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 외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이슈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LCC 간 차별화가 진행되면 고객에게도 선택권과 편리함이 늘어나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