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인 양궁국가대표 남녀 주장 김우진(오른쪽)과 장혜진이 엄지를 치켜들고 리우에서의 활약을 다짐했다. 태릉선수촌|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남·녀 양궁대표팀 캡틴의 다짐
김우진 “집착·부담 비우고 쏘겠다”
장혜진 “올림픽 긴장감 즐기겠다”
4년 전이었다. 2012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양궁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둘은 나란히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올림픽 메달 획득보다 어렵다는 양궁국가대표 선발전 여정에서 김우진(24·청주시청)과 장혜진(29·LH)은 고배를 들고 말았다.
‘절치부심’이란 말만으로 그동안 그들이 기울인 노력을 표현할 순 없다. 그러나 기약도, 확신도 없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뚫기 위한 둘의 열정만큼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값졌다.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19개)을 대한민국에 안긴 최고의 효자종목인 양궁대표팀의 남녀 주장으로서 올림픽을 향한 마지막 담금질에 여념이 없는 태극궁사 콤비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 내용을 키워드로 풀어본다. 현재 양궁대표팀은 리우올림픽 이전 마지막 국제대회인 터키 안탈리아 3차 월드컵에 출전 중이다.
● 시련
김우진(이하 김)=솔직히 (탈락한 과거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2010광저우아시안게임도, 이후 세계선수권도 페이스가 좋았는데 올림픽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부족했다. 주변에서도, 나도 올림픽 출전을 확신했다. 자신감이 자만심이 됐다. 한 번 꼬이다보니 안 풀리고, 계속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그 때가 있기에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점이다.
장혜진(이하 장)=악몽? 글쎄, 꼭 그렇진 않았다. 아니, 한 번도 그리 생각한 적이 없다. 좌절한 적도 없다. 선수는 선수를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다.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4년 전에는 내가 올림픽에 갈 자격이 없었다. 선발전 탈락 후 아프긴 했지만 슬프진 않았다. 실력 자체가 없었다.
김=표현을 보태자면 집착했던 것 같다. 사람이 어떤 것을 취하려는데, 여력이 안 되면 자꾸 의문을 갖게 되고 고집을 피우게 되지 않나. 내가 그랬다. 올림픽에 집착하다보니 어느새 ‘김우진=올림픽’이란 등식이 머리에 새겨졌다. 비우고 활을 쐈어야 했다. 올해 선발전에선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장=예전에 비해 훨씬 실력이 향상됐다. 그 때는 모든 것을 다 쏟아내지 못했다. 런던올림픽 탈락 후 지난 3년간 치열하게 준비했다. 정말이지 올림픽 하나만 보고 달렸다. 탈락의 반복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 슬럼프
김=런던올림픽 이후 전국체육대회에 나섰는데, 50여 명의 참가선수 중 거의 꼴찌를 했다. 내 밑에 딱 5명이 더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슬럼프가 대단했다. 가진 실력이 100점 만점이라면 50점도 안 나왔다. 올림픽에 나갈 뻔했던 선수가 32명을 선발하는 그해 연말 선발전에선 33등을 했다. 솔직히 마음을 비웠다. 다시는 태극마크를 달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 극기
김=양궁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국내 시합은 아주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동료들과의 대결 구도이지만, 서로의 데이터는 다 쌓여있다. 물론 심리적 압박이 국제대회보다 더욱 크다. 그래도 긴장감은 국제대회가 훨씬 크다. 한국양궁의 명성에 먹칠을 해서는 안 된다는, 당연시돼온 금빛 시상대가 내가 뛸 때 끊겨선 안 된다는 부담은 엄청나다.
장=국내선발전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올림픽 국가대표가 되고 나니 부담과 압박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잘해야 할 텐데,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쳐서는 안 되는데 따위의 여러 생각들이 많아지긴 했다.
● 올림픽
김=양궁을 시작한 뒤 항상 가슴에 품은 꿈이다.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과는 전혀 다른 뭉클함? 뭐, 그런 느낌이 있다. 올림픽 시상대 꼭대기에 서겠다는 의지도 정말 강하다. 더욱 열심히, 더 치밀하게,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집도 세고, 좋은 선수도 아니지만 ‘성장형 선수’답게 올림픽에서도 껍질을 한 번 더 깨고 나가겠다.
장=정말 설렌다. 여전히 딱히 올림픽에 도전한다는 실감은 나지 않는다. 다만 아시안게임을 준비할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다. 차라리 빨리 시간이 흘러서 진짜 사선에 서고 싶다는 생각은 많다. 물론 올림픽이 끝난 뒤 다시 버거운 경쟁 속에 뛰어들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언제 이런 짜릿함을 느끼겠나. 참 행복한 사람이다.
태릉선수촌|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