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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켓 뷰]中기업, 적극적 M&A로 경쟁력 일취월장

입력 | 2016-06-16 03:00:00


현동식 한국투신운용 상하이리서치사무소 소장

최근 한국은 어느 때보다 성장동력의 부재와 중국의 추격에 대한 위기의식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필자도 중국에서 6년째 살면서 중국의 상장 기업들을 탐방하다 보니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아직 우리가 중국에 앞서고 있다고 생각하는 산업들도 언제든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자동차 산업을 보면 국내 기업들은 전통적인 내연기관 엔진의 기술적 우위에 만족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중국은 내연기관이 필요 없는 전기자동차 시대로의 진입에 박차를 가하며 게임의 룰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약 20만6000대로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약 1%를 차지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회사 BYD의 순수 전기차는 한 번 충전하면 약 350km 이상 달릴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한 번의 충전으로 350km가량 달릴 수 있는 순수 전기차는 미국의 테슬라와 중국의 BYD뿐이다.

TV 시장도 비슷하다. 한국의 TV 제조사들은 누가 화질이 더 좋은가에 모든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TV 제조사들은 인간이 느낄 수 없는 영역의 고화질 경쟁 대신 스마트TV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TV의 메모리나 중앙처리장치(CPU)의 사양을 높이고,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스마트TV에 대한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게임의 룰을 바꾸고 있다.

한국은 지나치게 수비적인 입장에서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 같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가장 먼저 취하는 방법은 인수합병(M&A)이다. 스스로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앞선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은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끼리 합병해서 더 큰 회사를 만들고, 공존하는 방식에 매우 익숙하다.

중국의 유명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쿠-투더우는 업계 1, 2위였던 유쿠와 투더우의 합병으로 탄생한 회사다. 반면 한국은 국내 회사들 사이의 경쟁에만 매몰돼 있고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만 모든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M&A 통계도 이를 잘 보여준다. 2014년 국가별 연간 M&A 발생금액에서 자국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한 금액의 비중은 중국이 55%, 일본이 64%였다. 그러나 한국은 0.7%에 불과하고 나머지 99.3%가 해외 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한 금액이었다. 적극적인 해외 M&A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가는 중국, 일본과 달리 국내 기업 간 M&A와 국내 기업을 해외에 매각하는 데 주력하는 한국에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언젠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중국의 BYD를 인수하거나 BYD의 주요 주주가 되는 상황을 상상해볼 순 없을까. 더 나은 기술과 더 큰 시장을 보유한 중국 기업을 인수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새로운 성장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될 수 있다.

현동식 한국투신운용 상하이리서치사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