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힘든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야구팬들은 ‘이대호(34·시애틀) 도루하는 소리’라고 말한다. 이대호가 국내 프로야구 11시즌 동안 도루를 9개만 기록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 이대호에게 올 시즌 도루만큼이나 보기 어려운 기록이 하나 더 생겼다. 2루타다.
15일까지 메이저리그 43경기에 출전한 이대호는 114타석 동안 2루타를 단 한 개도 치지 못했다. 홈런을 10개나 쳐낸 장타력을 감안할 때 보기 힘든 기록인 것은 사실이다. 이 같은 이대호의 홈런 편식에 힘입어 시애틀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유일하게 2루타(93개)보다 홈런(95개)이 많은 팀이 됐다.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인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1913년 이후 한 시즌이 끝난 뒤에도 2루타보다 홈런이 많았던 팀은 6개 팀에 불과하다.
이대호의 2루타 가뭄은 무엇보다도 느린 발 때문이다. 이대호는 2일 샌디에이고와의 경기에서 왼쪽 담장을 바로 맞히는 대형 안타를 치고도 2루까지 가지 못하고 1루로 되돌아가다 태그아웃 됐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비해 시즌 전 감량을 했지만 이대호의 몸무게는 여전히 113kg대다. 여기에 장타로 연결되기 쉬운 라인 선상으로 빠지는 안타가 이대호에게는 드문 탓도 있다.
2013시즌을 앞두고 시애틀 구단은 세이프코필드의 왼쪽 중간 담장을 홈 쪽으로 10피트(약 3m) 이상 당겼다. 왼쪽 담장까지의 거리가 길고 담장 높이도 높아 오른손 타자가 홈런을 치기에 불리하다는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오른쪽 타자 이대호가 홈런을 치기에는 좋은 환경이 됐지만 2루타를 치기에는 불리해진 것이다. 이대호가 세이프코필드에서 기록한 홈런 6개 중 5개는 왼쪽 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그렇다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대호의 2루타를 보지 못할 것 같지는 않다.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치고도 2루타를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한 타자는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시애틀이 이번 주말 방문 3연전을 치르는 보스턴의 안방구장인 펜웨이파크의 2루타 파크팩터는 1.358로 30개 구장 중 네 번째로 높다. 더구나 이대호가 홈런을 주로 치는 왼쪽 방향에는 구장의 상징과도 같은 높이 11.3m의 녹색 외야 펜스인 일명 ‘그린몬스터’가 있어 홈런을 노리기가 쉽지 않다. 당장 이번 주말 이대호의 마수걸이 2루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