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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털밀던 날'..미용 스트레스

입력 | 2016-06-16 09:08:55




“오늘 미용하고 난 뒤부터 개가 좀 이상해요.”

털이 빡빡 밀린 작은 말티즈가 보호자 품에서 몸을 부르르 떨며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보호자 말에 따르면 아직 접종은 안 끝났는데 털이 너무 엉키고 지저분해져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좀 이르지만 미용을 시켰다는 것이다.

미용 후 스트레스치고는 증상이 심했고 호흡수도 너무 많아서 흉부 방사선 촬영을 해 봤더니 공기로 차 있어야 하는 폐에 액체가 차는 폐수종(pulmonary edema) 소견이 나타났다.

폐수종은 일반적으로는 심장질환에 의해 나타나지만 이 환자의 경우 미용 전 까지는 건강했고 심장 청진 시 비정상적인 소리가 들린 것도 아니어서 심장질환에 의한 폐수종의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비심인성 폐수종(non cardiogenic pulmonary edema)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폐에서 실질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폐포라는 구조물은 모세혈관으로 싸여 있다. 이 모세혈관에 강한 압력이 걸리거나 염증 물질에 의해 혈관벽이 느슨해지면서 폐포 주변과 폐포로 혈액내의 물 성분이 새어 나오게 된다.

일시적으로 기도가 막히거나, 경련과 감전 등의 신경계를 손상시키는 극도의 스트레스에 노출되거나, 패혈증, 췌장염 등 전신적인 염증 질환에 걸렸을 때에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간혹 어린 강아지가 미용 후에 이런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미용 스트레스는 반려동물에게 흔한 증상이다. 주로 몸을 떤다 던지 밥을 안 먹고 구토나 설사 등을 한다든지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용 과정이 힘들었고 나이가 어린 경우 보다 심각한 후유증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미용 후에 반려동물이 아프게 되면 도대체 미용을 어떻게 했냐며 잘잘못을 따지게 된다. 하지만 반려동물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유도 모른 채 낯선 환경에서 긴 시간 동안 클리퍼 소음과 가위질, 드라이어 등에 시달리다 보면 아프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다.

미용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을 담당할 미용사와 반려견이 미리 유대 관계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 전체 미용 전에 목욕, 부분 미용 등을 먼저 하는 것이 좋고 미용 후에는 옷을 입혀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심리적 안정을 도와줄 수 있는 약물이나 허브요법으로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

반려견의 기초 접종 시기에 보호자들은 언제 미용을 할 수 있을지 많이들 궁금해 한다. 푸석한 배냇털이 보기 싫고 엉킨 털이 감당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첫 미용만큼은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해 보고, 보호자도 미용사도 신중하게 결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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