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금융시장 불안으로 ‘달러 뱅크런’(외화자금 대량 유출)이 발생하더라도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도록, 국내 은행들은 내년부터 의무적으로 현금화가 쉬운 외화자산을 더 쌓아둬야 한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은 16일 제38차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외환건전성 제도 개편 방안’을 내놨다. 미국의 금리인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가능성 등의 대외 변수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감안한 조치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미국 양적완화(QE) 등의 영향으로 국내에 외화가 지나치게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외환제도를 운영해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미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대외 여건이 바뀐 만큼 이에 맞춰 규제를 손질했다”고 설명했다.
개편 방안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그동안 모니터링 지표로 쓰였던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Liquidity Coverage Ratio)’을 내년 1월부터 의무적으로 지켜야 한다.
시중은행들은 LCR을 내년 60%에서 매년 10%포인트씩 올려 2019년에는 80%를 맞춰야 한다. 기업은행·농협·수협 등 특수은행은 내년 40%에서 2019년 80%까지 높여야 한다. 다만 외화부채 규모가 5억 달러 미만인 은행을 비롯해 수출입은행, 외국은행 국내지점 등은 LC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LCR은 지난해 7월 모니터링 지표로 처음 도입된 뒤 은행들이 사전 준비를 해온 만큼 규정된 비율을 맞추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LCR 규제 도입으로 불필요해진 다른 외화유동성 규제들을 없애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LCR을 높이려면 선진국 국채나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채권 등을 많이 보유해야 해 외화유동성의 질을 높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