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에반스(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일본 미야자키 캠프부터 두산 닉 에반스(30)를 둘러싼 기류는 ‘반신반의’였다. 어쩌다 경기를 잘해도 믿음을 못 줬다. 장점보다 결점이 부각됐다. 시범경기에서 잘했어도 의심은 거두어지지 않았다. 실제 에반스는 개막 후 4월 타율 0.164 1홈런 5타점밖에 치지 못했다. 삼진은 18개를 당했다. 급기야 4월23일 한화전을 끝으로 2군에 갔다. 두산의 외국인타자 악연이 또 시작된 듯싶었다.
그러나 5월6일 롯데전에 1군 복귀한 에반스는 ‘다른 타자’가 되어서 올라왔다. 이 시점부터 6월15일까지 타율 0.382 11홈런 32타점이 쏟아졌다. 장타율은 0.764에 달했다. 5월7일에 0.152까지 떨어졌던 시즌 타율은 어느덧 0.310까지 치솟았다. 무엇이 에반스를 바꿔놨을까. 1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스스로의 생각을 들어봤다.
에반스는 “야구는 좋을 때와 안 좋을 때가 있는 것이다. 어디서든 최선을 다했다. 2군 통보를 들었을 때 실망하지 않고, 1군에서 항상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는 시간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기술보다 심리에서 반전요인을 찾았다.
두산 역시 그런 관점에서 에반스에게 접근했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경기도 이천 2군 시설에서 에반스를 관찰한 적이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2군 코치와 선수들이 에반스와 스스럼없이 지내는 것을 보고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직접 2군행을 통보했을 때, 에반스는 반응부터 남달랐다. “내가 야구를 못해서 미안하다. 잘해서 돌아오겠다”는 말을 했다. 에반스는 반전을 이룬 지금도 “감독이 내가 좋지 못할 때도 기용을 많이 해줬는데 못해서 미안했다. 감독이 믿고 기회를 준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말했다.
불과 한 달 새 함량미달에서 특급타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지만 에반스는 들뜨지 않으려 한다. “긴 시즌 중에 정신적인 기복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나쁠 때도 있을 것이라 아직은 칭찬이 쑥스럽다”고 말했다.
광주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