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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公私구별 못했던 도쿄지사의 몰락

입력 | 2016-06-17 03:00:00


인구 1300만 명인 도쿄 도(都)지사는 일본의 각종 선거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어야 당선되는 공직이다. 국민의 직접 투표로 선출하는 한국의 대통령과 달리 일본은 의원내각제라 내각 수반인 총리를 다수당 의원들의 투표로 사실상 결정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방분권의 전통이 뿌리 깊어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지사의 권한과 책임은 한국의 시도지사보다 크다. 특히 수도 행정의 사령탑인 도쿄지사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과 감시를 받는다.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지사는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도쿄대 교수 출신이다. 젊은 시절부터 TV에 자주 출연해 공격적 토론 스타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1999년 도쿄지사 선거에 출마해 인기소설 ‘태양의 계절’로 유명한 국수주의 논객 이시하라 신타로에게 고배를 마셨지만 2001년 자민당 공천으로 참의원 의원에 당선됐다.

▷정치 입문 후에도 마스조에의 ‘거친 입’은 달라지지 않았다. 2006년 9월 출범한 아베 신조 1차 내각을 “바보 사장에 바보 전무가 이끄는 회사”라고 비판했다. 이듬해 8월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참패 후 퇴진을 거부하는 아베 총리에게 “바보에게는 약도 없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아베가 그를 후생노동상에 임명하자 ‘마스조에의 입을 막기 위해 떡을 준 인사’라는 분석이 나왔다. 각료 재직 때도 “실직자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폄훼하는 등 튀는 언행을 멈추지 않았다. 2010년 자민당을 비난하며 탈당한 그를 2014년 도쿄지사 선거에서 아베와 자민당이 총력 지원해 당선시켰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정치다.

▷호화판 해외출장에다 관용차와 정치자금의 사적(私的) 사용 파문이 커지면서 궁지에 몰린 마스조에가 결국 지사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남들에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다가 ‘완장’을 찬 뒤 자기 관리를 형편없이 했다는 점이 더 큰 족쇄가 됐다. 방만한 예산 낭비와 공사(公私) 혼동은 한국의 지자체도 남의 일이 아니다. 마스조에의 몰락을 보면서 가슴이 뜨끔할 시도지사나 시장, 군수, 구청장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