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산업부 기자
2013년 12월부터 이뤄진 고강도 구조조정의 결과다. 동부제철처럼 자체적인 경영난 탓에 동부의 품을 떠난 회사도 있다. 하지만 동부그룹 구조조정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계열사 동부하이텍을 지목하는 이가 많다. 동부하이텍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누적 영업 손실만 3조 원에 달했던 ‘돈 먹는 하마’였기 때문이다.
그랬던 동부하이텍이 조용한 반등을 이뤄 내고 있다. 2014년 455억 원의 첫 영업흑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는 1243억 원으로 흑자 규모를 늘렸다. 올해 1분기(1∼3월)에도 407억 원을 남겨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10일부터 한국거래소가 지정하는 ‘코스피200’ 구성 종목에 포함된 것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종목 평가 리포트도 심심찮게 나올 만큼 투자자 관심도 높아졌다.
동부그룹에는 또 하나의 제조 계열사가 남았다. 2013년 새 식구로 받아들인 동부대우전자(옛 대우일렉트로닉)다.
아직은 연간 매출액이 1조5000억 원대에 영업이익은 100억 원 남짓한 수준이지만 올 하반기(7∼12월)부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지난 3년간 생산 시설 및 글로벌 특화 제품 개발에 약 2000억 원을 투자한 결과가 빛을 발할 시점이어서다.
대우일렉트로닉 시절 잇단 매각 실패의 후유증으로 1200여 명까지 줄었던 임직원(국내 기준)은 어느새 1600명으로 늘어났다. 회사 내에선 1990년대 가전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탱크주의’의 재림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가는 동부대우전자의 행보가 조선, 해운산업 구조조정이 한창인 요즘 특히 주목받는 까닭이 있다. 한때 1만2000명에 달하던 임직원을 10분의 1로 줄이는 동안 그 흔한 노동쟁의 한번 없었던 회사이기 때문이다.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 모두에게 유일한 목표는 회사의 생존이었다는 얘기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