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전 참패후 인터뷰 거부하자 “팬에 대한 의무 저버렸다” 질책 기본과 원칙 중시하는 슈틸리케호, 그래서 1-6 대패에도 기대 못버려
울리 슈틸리케 감독(사진)이 갑자기 선수들을 불러 모았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날 경기 후 믹스트존(자유 인터뷰 구역)에서 인터뷰를 거부한 사람은 손을 들라’며 조사에 나섰다. 쭈뼛쭈뼛 손을 들었던 선수들은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꾸지람의 요지는 이랬다. ‘성원해준 팬들은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을수록 더 적극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소통해야 한다.’ 한마디로 팬들에 대한 의무를 저버렸다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체코로 건너간 뒤 기자회견을 자청해 1시간 반 동안 쌓였던 말을 털어놨다. 선수들의 실력이나 정신력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한국 축구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을 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유럽 원정 소집 때 이청용(28·크리스털팰리스)과 박주호(29·도르트문트), 김진수(24·호펜하임) 등 핵심 유럽파를 제외했다. 소속팀 경기에 제대로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뽑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킨 것이다. 당연한 내용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던 이 원칙은 이제 슈틸리케호의 기본이 됐다.
그 대신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의 발탁은 늘어났다. K리그 경기장을 꾸준히 찾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임 초기, 슈틸리케 감독이 K리그 챌린지(2부) 안산 경기장을 찾았을 때 일이다. 당시 함께 갔던 축구협회 관계자는 “대표급 선수들이 없어 이용래(30·수원) 등 예전에 국가대표였던 선수들을 지목해 소개했더니 앞으로 그러지 말라는 핀잔을 들었다. 백지 상태에서 선수들을 골고루 보고 싶다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장치혁 기자 jang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