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물로 장사했던 봉이 김선달처럼 달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그 땅으로 장사하는 데니스 호프란 사람이 있다. 1980년 ‘달 대사관(Lunar Embassy)’이란 회사를 차린 뒤 1에이커를 약 25달러에 판다. 요즘은 화성 금성 목성의 부동산도 야금야금 팔아먹는다. 웹사이트에 따르면 은하계에 땅을 ‘소유’한 회원이 3명의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600만 명이 넘는다.
▷이번엔 ‘실리콘밸리의 봉이 김선달’이 나타났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결국 6년 만에 해고됐다’는 글을 올린 프로그래머의 사연에 소셜 미디어가 떠들썩하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유명한 기술업체’에 취직했다는 그는 ‘6년간 출근은 했지만 진짜로 일한 시간은 고작 50시간 정도’라고 밝혔다. 다른 개발자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입사 8개월 만에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들어선 일은 컴퓨터에 시키고 자신은 게임이나 하며 빈둥거렸다는 것이다. 연봉 9만5000달러(약 1억1200만 원)는 꼬박꼬박 챙기면서.
▷제멋대로 자기 업무를 중국에 ‘아웃소싱’했다가 발각된 프로그래머도 있긴 했다. 3년 전 중국에서 접속한 기록이 들통나 해고되기 전까지 그는 자기 월급 일부를 떼어주고 해외 인력에게 하청을 맡겼다. 그래도 퇴근 전에는 매번 상사에게 업무 진척 보고를 보내 ‘회사에서 근무 태도가 가장 훌륭한 프로그래머’란 평가도 받았단다.
▷빈둥거리며 억대 연봉을 챙기다 꼬리 잡힌 프로그래머는 자신의 ‘해고담’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자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래도 누리꾼들은 여전히 갑론을박 중이다. 6년 동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완벽한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한 ‘인재’를 해고한 회사가 바보라는 주장부터, 그런 실력이면 ‘소프트웨어 테스트 스타트업’을 해보라는 조언까지 다양하다. 한데 실리콘밸리의 김선달은 6년간 컴퓨터에 일을 몽땅 떠맡긴 탓에 프로그램 짜는 법도 깡그리 잊어버렸다고 털어놓았다. 기술과 지략, 뻔뻔함까지 갖춘 인공지능 시대의 봉이 김선달들, 과연 우리 주변엔 없을까.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