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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사법부, 黨에 종속돼 ‘진공상태’… 통일땐 소송절차 등 대혼란 불보듯

입력 | 2016-06-18 03:00:00

[토요판 커버스토리/통일 준비 ‘개점 휴업’]南北 사법시스템 통합 숙제




남북한은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라는 체제의 차이만큼 사법 시스템의 간극도 크다. 통일의 한 축인 사법제도의 통합을 실현하려면 남북의 법제, 사법 인력 양성, 일반 시민들의 법에 대한 인식 등 전혀 다른 사법 환경의 이질성을 완화하는 것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남한과 북한 사법체계의 가장 큰 차이는 독립성이다. 북한의 사법기관은 당과 내각에 종속돼 있고 재판제도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형식상 현대법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실상은 매우 열악하다. 일부 학자가 ‘사법의 진공상태’로 평가할 정도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남북한의 사법 체계 간극이 커서 그대로 섞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우리의 권력 분립이나 사법 독립성 등을 보장받기 위해선 북한 체제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먼저 바뀌어야 사법 통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남한 사회에서도 남북 사법 통합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미비하다. 실정법상 ‘통일’의 개념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규정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다.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분단의 종료’를 ‘남북한이 법률적 또는 사실적으로 하나의 국가 체제를 형성한 상태’로 정의하고 있는 정도다. 1992년 9월 제8차 고위급회담에서 정부는 남북법률공동위원회 설치를 제안하는 등 노력을 보였지만 북측의 비협조로 이후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사법제도의 통합이 통일의 필수 과정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나마 통일 전에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내법을 통일 상황에 맞게 정비하는 동시에 북한의 재판제도도 국제적 기준에 맞게 정비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통일 이후 북한 주민이 남한 법원에 개인 재산권과 관련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재판관할권과 준거법의 문제와 함께 소송위임의 증명, 소송비용 등 소송 절차를 둘러싼 문제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독일도 통일 이전에 동·서독 간 사법 관련 법률과 규정의 제정·개정을 거쳐 통일 이후 사법 통합의 과도기를 최소화했다. 북한 내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분쟁해결 제도 정비를 유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북한의 경제특구에 외국인투자가들의 안정적인 투자 유치를 위해 행정소송 절차 등 분쟁해결 제도를 갖춰가도록 하는 것이다. 또 정치색이 옅고 체제와 무관한 분야부터 인적 차원의 교류를 늘릴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남북한 사법제도 연구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사법부는 1995년 통일사법연구를 시작해 2006년에 판사들 중심으로 통일사법정책연구반이 구성했고
2014년부터 사법정책연구원에 통일사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과의 사법 교류 및 사법체제 통합을 위한 과제를 시기별·단계별로
도출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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