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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로지스틱스 국내매출 92%가 내부거래

입력 | 2016-06-18 03:00:00

4년만에 매출 2배로 급성장… 檢, 위장주주 등 위법여부 조사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 참고인 소환




롯데그룹 계열의 물류운송 기업인 롯데로지스틱스가 국내 매출의 대부분을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일감 몰아주기’ 관련 규제를 받는데, 검찰은 롯데로지스틱스가 이를 피하려고 일본롯데 계열사들을 위장 주주로 끌어들였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17일 검찰 등에 따르면 롯데로지스틱스는 지난해 국내에서 2조845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롯데 계열사와의 상품·용역 거래로 올린 매출액은 2조6283억 원. 전체 매출액 대비 92.3%에 달했다. 롯데로지스틱스에 가장 많은 일감을 맡긴 롯데계열사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으로 두 회사는 1조9512억 원(전체 매출액 중 68.5%)어치의 계약을 맺었다. 양사 간 이뤄진 계약 방식은 대부분 수의계약이었다. 수의계약은 경쟁입찰에 비해 경영진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2011년 국내 계열사와 1조4212억 원의 거래 계약을 맺어 총 매출액 1조4644억 원을 올렸던 롯데로지스틱스는 이런 방식으로 4년 만에 매출액 규모를 두 배로 키웠다.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해 정부가 대기업의 내부거래 규제 방안을 강화하고 있지만 롯데 측은 이 규제 대상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나 20% 이상인 비상장사다. 비상장사인 롯데로지스틱스는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아예 없다. 그 대신 일본롯데 계열사 중 한 곳인 L2투자회사가 45.34%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또 롯데리아(17.31%), 호텔롯데(8.84%) 등도 대주주로 있다. L2투자회사와 다른 계열사들이 사실상 신격호 총괄회장(94) 일가의 지배하에 놓여 있는데도 롯데로지스틱스를 법으로 규제하기 힘든 맹점이 있는 것이다. 검찰은 이 부분에서도 위법 사안이 있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는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66) 등 롯데그룹 정책본부 전·현직 직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정책본부가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4월 중순부터 사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물리적으로 파괴한 흔적을 찾았다.

한편 롯데그룹 경영권 향방의 분수령이 될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이르면 25일에 열릴 예정이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62)은 일본 현지에서 종업원지주회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이며 경영권 탈환을 노리고 있다.

김준일 jikim@donga.com·백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