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 위대한 두 여성 인류/학자의 사랑과 학문/로이스W배너 지음·정병선 옮김/816쪽·3만2000원·현암사

미드와 베네딕트는 각자의 또 다른 사랑을 지켜보고, 연애는 물론이고 학문적 고민까지 나눈 연인이었다. 서로에게 끌리는 두 여성이 등장하는 영화 ‘아가씨’의 한 장면. 퍼스트룩 제공

“너의 사랑 속에서 행복할 때는 노래를 해. 우울할 때도 너의 사랑 때문에 세상이 여전히 살 만하고 말이야.”(루스 베네딕트·1887∼1948)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인 두 여성은 이렇게 사랑을 속삭였다. 나이 차(베네딕트가 미드보다 14세 많았다)도, 남편들의 존재도 상관없었다. ‘국화와 칼’ ‘문화의 패턴’으로 유명한 베네딕트와 ‘세 부족 사회에서의 성과 기질’ ‘마누스족 생태연구’ 등을 쓴 미드는 스승과 제자이면서 친구처럼 의지했다.
홍역으로 한쪽 귀의 청력을 잃은 베네딕트는 수줍음이 많았다. 미드는 신경질적이고 차가운 부모보다는 자상한 할머니를 따르며 쾌활하게 자랐다.
자유연애 사상이 번졌던 당시, 미드는 남성은 물론이고 여성들과도 동시에 사랑을 나눴다. 결혼 중에도 여러 여성과 연애를 했고,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다.
마거릿 미드(왼쪽)와 루스 베네딕트.
둘은 남성을 배제하는 여성운동에는 비판적이었다. 인류학과를 실질적으로 이끈 베네딕트 자신도 남성 교수 전용 식당조차 들어가지 못하던 상황이었지만. 1940년 소설가 펄 벅이 베네딕트에게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한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편지를 보낼 정도였다.
이들의 세세한 발자취를 따라가는 과정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지만 역작이 탄생했던 과정을 속속들이 지켜볼 수 있다.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의 마누아에서 눈병이 나고 벌레에게 뜯기며 습한 날씨에 지친 미드가 “다 때려치우고 지하철에서 동전이나 주워야겠어요”라며 베네딕트에게 호소하는 모습에서는 학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가 느껴진다.
베네딕트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미드는 베네딕트의 연구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그가 지도하던 대학원생도 맡는다. 미드는 베네딕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받은 그 완벽한 사랑은 절대로 갚을 수 없을 겁니다.”
베네딕트 역시 미드를 통해 지적 자극을 받아 더 큰 성공의 길로 나아갔음은 물론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