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정책사회부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불수용 의견을 밝힌 것을 놓고 16일 이런 표현을 내놨다. 청년수당을 둘러싼 신경전이 외압 논란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직 중인 청년에게 최대 300만 원을 지급하는 서울시 사업을 놓고 ‘외압’의 배후로 정보기관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뜬금없다. 하지만 이 사안을 지속적으로 취재해 온 동아일보 기자에게도 갑작스러운 복지부의 태도 변경은 의혹투성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보도가 나온 15일 정오쯤 “승인 여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더니 오후에는 예정에 없던 해명 브리핑까지 진행했다. 저녁엔 다시 보도 해명자료를 배포해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 현재 상태로는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로 선회했다. 이런 오락가락의 원인을 묻자 복지부 당국자들은 “위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아무 힘이 없다”는 하소연만 되풀이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뒤늦게 연결된 통화에서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사안인데 승인된 것처럼 알려져 경위를 알아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기류가 확 바뀐 복지부 내에서는 ‘서울시가 어떤 수정안을 가져와도 이제 승인해 주기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필요한 절차를 밟아 복지부와 서울시가 협의를 끝낸 사업을 갑자기 엎어 버리는 것은 정책의 신뢰도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청와대가 제때 보고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논란 요소를 상당 부분 걷어낸 정책을 해당 부처가 추진하지 못하고 매사 ‘위’의 도장을 받아야 하는가.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야당의 대선주자인 박원순 시장의 정책에 제동을 걸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내놓고 있다. 정권 하반기 레임덕을 우려해 행정 부처에 ‘군기 잡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서울시는 7월부터 청년수당 지급을 강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왕좌왕하다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력과 신뢰까지 잃을 판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갑작스러운 제동이 제대로 해명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정부의 청년지원 정책이나 협치는 두고두고 발목을 잡힐지도 모를 일이다.